-
미국이 최근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해 사살할 수 있었던 데는 지난 2007년 무산됐던 빈 라덴 추적 작전의 교훈이 밑거름이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2007년 여름 미국은 알 카에다 및 탈레반의 지도자들과 테러 자원자 등이 대규모로 집결하는 회동이 아프가니스탄 토라 보라 지역에서 열릴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파키스탄에 은신해 있던 빈 라덴도 미국과 유럽에 대한 전쟁을 촉구하기 위해 이 회동에 참가할 것임을 시사하는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은 곧바로 장비와 병력을 총동원해 최대 규모의 공격 계획을 수립했다. B-2 스텔스 폭격기 6대와 수 십 대의 제트기가 동원돼 정밀 타격을 준비했고 지상에서는 특수작전 부대와 함께 대규모 병력과 장거리 폭격이 준비됐다.
하지만 작전 준비 과정에서 첩보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군사작전의 규모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정황에 정통한 미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시 중부군 사령관이었던 윌리엄 팰런 제독의 견해는 `16파운드짜리 해머로 파리 한 마리를 치는 격'이라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서 출격하는 B-2 스텔스기의 경우 파키스탄 상공을 지나 비행해야 하는 데 탑재한 폭탄이 파키스탄 영토에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알 카에다의 회동 날짜가 다가왔고 미군 지휘부는 스텔스기의 이륙을 승인하면서 작전 개시를 명령했지만, 절반쯤 날아갔을 때 갑자기 기지로 회항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빈 라덴이 참석할 것이라는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폭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대신 특수부대와 헬기를 동원한 소규모 정밀공격이 실행됐지만, 당시 작전에서 사살된 수 십 명의 무장반군 중에 빈 라덴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NYT는 최근 아보타바드에 빈 라덴이 은신해있다는 정보가 입수된 이래 미 백악관과 국방부에는 지난 2007년 작전의 교훈이 확산됐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2007년 당시와 거의 유사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나리오 중에는 당시와 같은 폭격 작전도 포함돼 있었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군 지도부는 과거에 추진했던 것과 같은 대규모 폭격을 배제하고 특수부대의 공습 작전을 결정, 빈 라덴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빈 라덴을 사살하거나 체포하는 데 성공했음을 대내외에 정확하게 보여주려면 은신처인 3층짜리 주택 건물을 폭격하는 것보다 특수부대의 공습 작전이 더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