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재산 5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9.11 테러 당시 추정 재산 3억 달러에서 더 늘어
  • 오사마 빈 라덴이 지난 1일(현지시각 30일) 미군 특수부대 등에 의해 사살된 뒤 그의 막대한 유산이 어디로 갈지, 알 카에다의 차기 리더는 누가 될지에 서방 각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CIA가 잘못 키운 ‘테러 재벌(Tycoon of Terror)’

    오사마 빈 라덴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부유한 건축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물려받은 재산은 약 3억 달러로 추정된다. 한동안 건축, 무역 사업을 하던 빈 라덴은 이슬람 근본주의의 영향을 받고 '이슬람 전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 ▲ 이라크 전쟁에서 붙잡힌 알 카에다 조직원들. 대부분 외국에서 들어왔다.
    ▲ 이라크 전쟁에서 붙잡힌 알 카에다 조직원들. 대부분 외국에서 들어왔다.

    빈 라덴은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제국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탈레반에 합류한다. 이때 탈레반 지도자 뮬라 오마르를 만나 의기투합한다. 소련과 싸우던 빈 라덴을 눈여겨보던 미국 CIA는 그에게 각종 첩보기술과 게릴라 전술을 가르친다. 일설에 따르면 對소련 항전을 하던 탈레반에게 ‘스팅어’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을 전달한 것도 그의 임무였다고 한다.

    이후 소련이 물러가고 냉전이 끝나자 빈 라덴은 탈레반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에 머무른다. 하지만 곧 ‘이슬람 세계를 문란하게 만드는 서방 진영’을 적으로 삼고 반미투쟁을 시작한다. 빈 라덴은 테러 네트워크 ‘알 카에다’를 만들어 아프리카, 중동, 유럽 등에서 반미테러 활동을 시작한다.

    1993년 사우디아라비아 미군기지 테러,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 대사관 테러, 2000년 예맨에서 美구축함 ‘콜(Cole)호’ 보트 자살테러가 모두 그의 소행이다. 2001년 9.11테러 이후에도 그는 알 카에다 네트워크에 메시지를 보내 인도네시아 발리, 스페인, 영국 런던 등에서 폭탄 테러를 저질러 수백 명을 살해했다.

    5억 달러로 추정되는 재산…물려받은 유산에 마약장사까지 해 불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물론 서방 대테러 네트워크도 빈 라덴을 붙잡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당시 정보기관들이 추정한 그의 재산은 3억 달러. 하지만 알 카에다라는 테러 네트워크를 추적․조사하던 정보기관들은 그의 재산이 점점 더 불어나고 있음을 알게 됐다. 2007년 말 당시 서방 기관들이 추산한 그의 재산은 약 5억 달러. CIA로부터 스파이 기법과 게릴라 전술을 배운 그가 수 억 달러의 돈까지 갖고 있다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 ▲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지역의 양귀비밭.
    ▲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지역의 양귀비밭.

    정보기관들은 학계와 금융계에 의뢰해 알 카에다가 어디서 돈을 벌고 어떻게 돈을 유통시키는지 추적했다. 이 중 미국의 한 대학교 연구팀은 알 카에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양귀비를 재배해 판매하고 ‘환치기 조직’을 통해 돈을 유통시켜 무기를 사들이고, 알 카에다와 탈레반 조직원들에게 ‘급여’을 지급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무기는 주로 중국과 북한제를 사용하고, 수확한 양귀비는 헤로인 생산업자(주로 아시아와 남미 마약조직)들에게 넘긴다는 것이었다. 서방국가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던 환치기 조직 ‘하왈라(Hawala)’를 통해 돈이 오가기 때문에 파악을 못했던 것이다. 기밀 통신은 인터넷의 위장 포르노 사이트에 올린 ‘스테가노 그래피(영상 또는 화상 뒤에 텍스트나 암호를 숨기는 기술)’를 통해 주고 받았다고 한다. 

    이런 실상을 파악하게 된 서방 정보기관들은 난감했다. 돈의 사용처, 흐름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첩보 수집도 ‘포르노 사이트’를 모두 뒤질 수 없는 탓에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다. 서방 정보기관들이 헤매는 사이 빈 라덴의 재산은 점차 불어갔고 그 돈은 다시 알 카에다 네트워크에게 전달됐다.

    빈 라덴의 5억 달러, 알 카에다에게 고스란히 갈까?

    빈 라덴이 불려놓은 재산 5억 달러의 사용처는 누가 알 카에다의 리더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누가 차기 리더가 될까. 몇몇 정보기관에 따르면 빈 라덴은 알 카에다 네트워크에 들어온 조직들에게 직접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설교’와 ‘메시지’만 던졌다. 그러면 테러 조직들은 그로부터 ‘사업자금’을 많이 얻으려 경쟁하듯 테러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 ▲ 알 카에다 2인자 아이히만 알 자와히리. 1951년 이집트에서 태어났다.
    ▲ 알 카에다 2인자 아이히만 알 자와히리. 1951년 이집트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이제 빈 라덴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들들도 죽거나 체포됐다. 빈 라덴이 탈레반 지도자인 뮬라 오마르에게 자금 관리에 대해 어느 정도 이야기했는지 알 수 없다. 2인자인 아이히만 알 자와히리가 알 카에다를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현재 알 자지라 등 이슬람권 위성방송에서 전하는 바로는 알 카에다가 ‘빈 라덴이 사망할 경우 유럽에서 핵테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다. 하지만 중동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우선 알 카에다 네트워크의 동요를 막는 게 순서일 것이다. 핵테러를 하기 위한 자금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금 관리와 배포가 필요하다.

    반면 내부의 누군가가 자금을 노리고 알 자와히리 등 지도부에 도전한다면 알 카에다는 내분에 빠질 수도 있다. 알 카에다의 다음 리더와 빈 라덴의 유산이 어디로 갈 지에 정보기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