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분 75권 인천공항 통해 돌아와, 5월 27일까지 297권 모두 환수5년 단위 임대, “스스로 소유권 포기한 것” 비판도 日 보관중인 조선왕조의궤 반환, 지진 여파로 진전없어
  • 병인양요때 빼앗긴 외규장각 의궤가 145년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이번 의궤반환은 작년 11월 12일 G20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간 합의에 따른 것이다. 우리 정부와 프랑스는 양국 정상간 합의 이후 ‘정부합의문’ 발표와 구체적 이관 실행을 위한 ‘약정서’가 체결 등의 절차를 거쳤다.

    4월 14일 1차로 반환되는 의궤는 유일본 8권을 30권을 비롯 75권으로 5월 27일까지 4차례에 걸쳐 297권 전체가 돌아온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4일 외규장각 의궤 반환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세월만큼이나 외규장각 도서 환수과정이 길고 힘들었다”면서 “비록 대여형식이지만 외규장각 도서 반환은 프랑스정부가 외교상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으로 실질적인 환수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반환된 1차분 의궤 75권은 온습도 조절기능을 갖춘 특수 컨테이너에 담겨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왔으며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안전하게 보관됐다.

    반환된 외규장각 의궤는 조선시대 왕실혼례 등 국가 중요행사가 있을 때 준비과정, 주요 의례절차와 내용 등을 그림과 글씨로 남긴 일종의 보고서로, 그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번에 돌아온 의궤는 대부분 임금이 보기 위해 특수하게 제작된 이른바 ‘어람용’ 의궤다.

    한편 이번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대해서는 반환형태 및 절차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도서 전체에 대해 완전한 소유권을 이전받는 것이 아니라 5년 단위의 임대라는 점 때문이다.

    정부는 5년 단위 임대지만 자동으로 기간이 연장된다면 사실상 영구임대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학계와 문화계에서는 약탈당한 문화재를 상대국가로부터 5년마다 임대기간을 연장받는다는 것 자체가 우리 스스로 문화재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같은 비난여론에 대해 정 장관은 “대여형식은 양국의 입장과 국제적 관례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실질적인 환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여형식을 받아들임으로써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의 다른 약탈문화재 반환가능성을 완전히 막는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 대여는 외규장각 의궤에 한정된다”며 “다른 문화재에 대해서는 이번 방법을 선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정 정관은 이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약탈문화재 환수는 조건 없는 반환이 정부입장”이라며 “이번 외규장각 의궤 대여형식이 다른 문화재 환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에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를 국민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7월19일부터 9월1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시회를 열고 전국 순회전시도 계획 중이다. 또 누구나 편리하게 의궤를 감상할 수 있도록 전자책과 인터넷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일본이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조의궤 반환과 관련해 정 장관은 “5월중 환수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본 지진문제로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은 작년 11월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약탈해 간 조선왕조의궤 등 문화재급 도서 150종 1205책을 반환하는데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