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9년 옥외부문 금상을 차지한 레오버넷 시드니의 '어스 아워'
    ▲ ⓒ2009년 옥외부문 금상을 차지한 레오버넷 시드니의 '어스 아워'

    지난 3월 26일 저녁 8시30분 동안 한 시간이 무슨 시간이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 시간은 바로 ‘어스 아워(Earth Hour)’였다.

    지난 2009년 칸 국제광고제(현 칸 국제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에서 옥외, 프로모, PR, 티타늄 부문에서 모두 금상을 휩쓴 것도 바로 레오 버넷 시드니(Leo Burnett Sydney)가 대행한 ‘어스 아워’ 캠페인.

    특히 옥외 부문 금상작은 탄소감축에 대해 논의하는 2009년 코펜하겐 정상회담을 앞두고 에펠탑이나 피라밋 등 세계 유수의 기념비적 건축물의 조명을 끄게 해서 단연 돋보이는 캠페인이었다.

    언제나 아름다운 야간조명을 자랑하는 기념비들이었지만 설득하기는 쉬웠다. ‘지구’ 편이냐, ‘온난화’ 편이냐? 만일 지구 편이면 한 시간 동안 불을 끄라. 그게 전부였다. 온난화 편을 대놓고 들어줄 사람은 없으니까.

    레오 버넷 시드니는 올해도 독특한 ‘어스 아워’ 캠페인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초원에 있는 한 오두막에서 남자들이 불나방들의 습격을 받는다. 나방들이 노리는 건 이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그 지역에서 유일하게 불을 밝힌 그 오두막. 혼비백산한 남자들이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급히 불을 꺼서 나방들을 막으려 하지만 전구 스위치 줄이 떨어져버리고….

    어스 아워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보다는 ‘유일하게 불 켜놓은 사람이 되지 말라’는 메시지에 초점을 둔 것을 보니 아마 호주에서는 이제 어스 아워가 꽤 많이 알려진 모양이다. 이미 인지도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불나방 떼의 습격 같은 애교스러운 협박이 거창한 프로젝트보다 더 먹힐 테니 말이다.

    내년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어스 아워’를 본격적으로 알리면 어떨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3월 하순에 불나방 떼가 창궐할 일은 없을 테니 어떤 방법으로 설득하면 좋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나와 우리 가족은 온 세상이 캄캄한 초저녁 한 시간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까? 어쩐지 로맨틱하고 재미난 한 시간이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