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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에는 왜들 가는가
나는 가 본 적이 없습니다. 고적지도 아니고 명소도 아닌데 나 같은 노인이 가 보았을 리가 없지요. 이름도 없는 그런 곳에 왜 가겠습니까. 그런데 요새 저명인사들이 봉하마을을 찾는다고 하여 나는 매우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볼게 있다고!대한민국의 17대 대통령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 살기 위해 고래 등 같은 큰 집을 그 마을에 지었다고 듣고 나는 내심으로 크게 분개하였습니다. 낙향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사람들을 시켜서 별궁 같은 큰 집을 짓는다는 것은 사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고향에 수수한 집 한 채를 구하여 조용하게 살면서 마을 회관에서 촌로들과 덕담이라도 나누는 그런 삶이 바람직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마을에 청와대를 물러난 그가 이사를 간 뒤에 전직 대통령이 밀짚모자 덮어 쓰고 그 마을에 자전거 타고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자자하여 속칭 ‘관광객들’이 줄을 지었다는 말도 있어서, “세상에 희한한 일도 다 있다.”고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대통령이 구경꺼리가 되었구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 대상이 되는 것을 본인이 즐겼다면 할 말은 없지만.
봉하마을이 낳은 가장 저명한 한국인은, 박연차라는 실업인과 사이에 얽힌 비리 때문에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었고, 그 수사가 어떤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이던 막바지에 노무현은 뒷산에 올라가 자살을 했다고 전해졌을 때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깜짝 놀랐습니다. “어째 이런 일이!” 그는 일시 ‘성인’의 반열에 오른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그 때 이 국민의 상식을 의심하기도 하였습니다. 자살만 하면 ‘성인’도 되고 ‘영웅’도 되는 나라, 정말 한심한 나라!
요새 정치인들이 무슨 까닭으로 봉하마을을 자주 찾아갑니까. 그 마을에서 금이 나옵니까, 은이 나옵니까. 아니면 국민이 모두 존경하는 스승이 거기 삽니까. 대통령 미망인에게 대한 인사는 1년에 한 번이면 족하지요.
2012년의 대선을 앞두고 한국의 민주정치가 점점 꼬여 들어갑니다. 이 꼴을, 이 정치적 현상을, 앉아서 지켜보기만 하는 청와대와 대통령이 안쓰럽게도 느껴집니다.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