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1주기 범시민추모위원회 발족식"우리가 누리는 생명, 천안함 용사 희생 때문"
  • 천암함 1주기 범시민추모위원회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발족식을 가졌다.

    추모 위원회는 이날 선언문을 통해 “2010년 3월 26일 고요한 바다에서 보람찬 하루 일을 마치고 내일의 꿈을 준비하던 우리의 형제들이 칠흑 같이 어둡고, 얼음장 같이 차가운 바다에 침몰해 숨져갔다”며 “우리가 오늘 누리고 있는 생명의 존엄은 그들의 목숨 값에서 비롯되었음을 참담한 심정으로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명예를 온갖 괴담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했다”며 “천안함 피격을 둘러싼 온갖 괴담과 혼란을 막아내지 못한 우리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천안함 1주기 범시민 추모 위원회’를 발족한다” 밝혔다.

    추모위원회는 “우리 아들-형제를 살해한 자에 대한 응당한 분노와 그들의 변호인으로 전락해 버린 괴담자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으로 오는 26일 추모문화제를 맞이할 것”이라며 “46명에 용사들에 대한 감사와 참회의 마음을 갖고 추모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추모위원회의 선언문 '시민들에게 드리는 글’ 전문이다.

    우리의 아들들이 숨졌습니다. 2010년 3월 26일 고요한 바다에서 보람찬 하루 일을 마치고 내일의 꿈을 준비하던 우리의 형제들이 칠흑 같이 어둡고, 얼음장 같이 차가운 바다에 침몰하여 숨져갔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지키다 숨져갔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생존과 자유와 번영을 지키다 가장 귀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들을 구하겠다고 온갖 만류를 뿌리치고 바다에 뛰어들던 한주호 준위, 그들의 육신이라도 찾아보려 거친 바다를 수색하던 금양호의 선원들이 차례로 숨져갔습니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구조작업을 중단해 달라는 가족들의 요청을 지켜보며 우리의 가슴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우리가 오늘 누리고 있는 생명과 존엄은 그들의 목숨 값에서 비롯되었음을 참담한 심정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기억했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은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잊지 않고, 그들의 희생을 더욱 빛나게 하려는 것은 다른 모든 것에 앞서 우리가 스스로 인간이고자 하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대한민국은 사분오열에 빠졌습니다. 그들의 명예를 온갖 괴담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그들을 죽이고 검은 웃음을 짓는 자들에게 자유시민의 정의로운 분노를 표출하지 못했습니다. 알량한 세습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동포를 고통 속에 빠뜨린 자들이 천안함에 이어 급기야 연평도를 공격한 것도 바로 우리 시민의 책임이라는 점 통감합니다.

    오늘 우리는 시민의 책임을 지려고 합니다. 오늘 우리는 인간의 의무를 기꺼이 지고자 합니다. 이 책임과 의무에 보수가 따로 없고, 좌파와 우파가 둘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안에서 형제이며, 우정어린 친구들입니다. 이에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웠던 분들,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신장을 위해 애써오신 분들, 용사들의 희생을 잊지 않으려는 모든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천안함 1주기 범시민 추모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바입니다.

    우리는 용사들에 대한 감사와 참회의 마음으로 1주기 추모행사를 준비할 것입니다. 우리 아들-형제들을 살해한 자에 대한 응당한 분노와 그들의 변호인으로 전락해 버린 괴담자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으로 추모문화제를 맞이할 것입니다. 북한동포들의 생명을 짓밟는 자는 필연적으로 우리 국민의 목숨을 필요로 한다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 동포들의 생명과 존엄을 더불어 노래할 것입니다.

    2011년 3월 26일은 대한민국이 다시 굳건해지는 날이 될 것입니다. 그날 숨져간 용사들이 뚜벅뚜벅 걸어서 우리 곁에 올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우리 가슴에 품고 자유와 생명, 인간의 존엄을 위해 싸울 것을 결의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모든 자유인은 서울광장에 모여 용사들을 추모하고 내일을 함께 다짐하기를 호소하는 바입니다.

    김우근 대학생 인턴기자 <상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