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비아는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대 리비아 군사작전이 지난 19일 시작되면서 내전에서 국제전으로 비화한 리비아 사태는 현재 누구도 결말을 예단키 어려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다음은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로이터 등 서방 매체들이 예상하는 리비아 사태의 향후 전개 시나리오다.
    ▲카다피의 신속한 하야= 리비아 공격에 동참한 서방 쪽에서 거론되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카다피 지지 세력이 서방의 거듭된 공격에 겁을 먹고 자발적으로 와해하는 상황이다.
    이는 친 카다피 세력이 충성심 보다는 공포에 의해 작동되고 있으리라는 기대섞인 예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카다피군이 무장해제되면 벵가지를 최후의 보루로 삼고 있던 반군들이 수도 트리폴리로 무혈 입성한 뒤 신속하게 국제사회가 신뢰할 만한 과도정부를 구성하는게 이 시나리오의 결말이다.

    ▲`지지세력은 떠나도 카다피는 권좌에 남는다' = 다국적군의 공격으로 카다피군의 힘과 지지기반이 상실된 상황에서 국제사회도 `그만하면 됐다'는 식으로 칼을 거두는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카다피군은 벵가지의 반군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고, 반군도 국제사회의 지지 없이 트리폴리 진격에 나설 여력이 안되는 상황에서 불안한 평화가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대로 된다면 카다피 진영 내부자에 의한 쿠데타가 발생할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겠지만 새 지도자가 카다피 보다 더 민주적인 인사일 것으로 장담할 수는 없다는게 문제다.

    ▲동서분단= 카다피가 트리폴리에서 지지층을 유지하고, 석유도 계속 장악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동부의 반군들과 장기적으로 대치하는, 사실상의 `동서 분단'도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카다피측이나 카다피 독재의 종식을 목표로 내걸고 나선 반군 모두 `분할통치'를 수용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즉 언제건 여력이 되면 상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민간인 피해로 인한 서방 퇴각 = 서방군대가 장기전을 치르면서 민간인 인명피해라는 `복병'을 만나 와해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프랑스 영국을 주축으로 한 다국적군은 `리비아 내 민간인 보호'를 넘어서는 일치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느슨한 동맹이기에 전투 중에 종종 있는 민간인 피해에 대한 내구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미 카다피측이 19~20일 200명 가까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민간인 피해가 확인될 경우 군사작전의 명분과 아랍권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반감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장기전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한 카다피가 가장 바라는 바일 것으로 추정된다.

    ▲카다피의 대 유럽 테러 보복= 프랑스 영국 등 유럽국가들에 전면전으로 맞설 힘이 없는 카다피가 리비아 공격에 동참한 나라 민간인들을 공격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카다피가 국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와 각을 세우고 있긴 하지만 그 자신 역시 1988년 영국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미국 여객기를 폭파, 270명을 숨지게 한 테러의 배후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 만큼 상황에 따라 카다피가 다시 민간인 대상 테러나 그와 유사한 제한적 공격을 통해 참전국의 전의 상실을 도모할 수 있다고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유럽국가들은 지상군을 투입, 카다피 정권 전복에 나서거나 카다피 체제를 용인하는 양자택일의 기로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