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나랑 인터넷에서 한 판 붙자!
    <젊은이의 발언/한국선진화포럼 2월 주제 ‘오늘의 갈등은 내일의 창조력이다’>

    강성우(선진화홍보대사 7기, 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학과 3)
     
    "트위터나 페이스 북 하세요?"
    오늘날 젊은이들의 첫 만남 자리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다.
    스마트 폰의 통용으로 SNS활동을 하는 것이 하나의 율법처럼 굳어진 오늘날에 위의 한 문장은 ‘어떤 일 하세요?’라는 물음처럼 가장 기본적인 물음이 되었다. 첫 만남 자리가 쉽지 않고, 쉽게 입을 떼기가 힘들다면 굳이 상대방에게 이 이상의 많은 것을 물을 필요가 없다. 우리는 우리가 받아온 상대방의 SNS 홈페이지를 찾아 그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주욱 한번 훑어보면 되기 때문이다.

  • 디지털 네트워크는 참으로 재미있는 관계이다. 이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사진에서부터 다이어리까지 공개하는 사적 공유 관계까지 이르게 된다. 대부분은 서로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며, 가끔 응원이나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는 정도의 약간은 ‘어정쩡한 위치’에서 관계의 한계를 설정한다. 관계를 맺는 개인들이 상호간의 소외감은 상쇄시키길 원하면서, 기분 나쁜 간섭까지는 받고 싶지 않아 하기 때문이다.

    이어령 교수는 이를 가시 돋은 산짐승 호저들이 서로와 공존공생하기 위해 선택하는 ‘적절한’ 거리에 비유했다.

    일반적인 경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정쩡하면서도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던 디지털 네트워크는 특정 상황 속에서 전혀 다른 관계 상태를 보이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웹상의 개인이 자신의 관심사를 만났을 때이다. 소극적으로 정보와 관계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던 개인이 우연히 자신의 관심사를 논하는 정보를 만났을 때 그들은 좀 더 적극적 개체로 바뀌게 된다.

    자신이 발견한 정보를 주의 깊게 뜯어보기도 하고, 이에 관련한 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때는 그 밑에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보기도 한다. 관심사의 논의장 속에서 개인들은 타자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비판하며, 자신의 의견과 유관한 정보들을 창출해 내기 시작한다. 심지어 자신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층 진보된 결과물을 생산하기도 한다.

    21세기 초입에서 한국은 IT의 강자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최근 일어나는 페이스 북, 트위터, 구글, 유튜브 등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전쟁 초반부에서 한국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이어령 교수는 강연에서 한국인이 ‘숲의 복잡한 경쟁을 피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독야청청 하는’ 소나무의 기질이 있다고 언급 한 바 있다.

    소나무는 칡과 등나무 등의 타 식물처럼 서로 얽히고 섥히는 싸움을 잘 하지 않는다. 음양오행 사상을 바탕으로 한 한국의 고전적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대게 이처럼 갈등을 피하거나, 혹은 갈등을 자연현상의 하나로 희석화 하며 바라보고 살아왔다.
    이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 ‘어정쩡한 디지털 네트워크’ 관계 하에서 한국인은 적응에 조금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소수 젊은 층을 제외 한 많은 한국 사람들이 단지 글 하나를 쓰거나 사진 영상을 업로드 하는 것에도 고전 사회에서처럼 주변과의 갈등이나 경쟁을 우려하며 고민한다. 또한 타인과의 부정적 소통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해 아주 적극적으로 게시 글에 의견을 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와 같은 초기 적응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디지털 소사이어티 참여는 점차 많아질 것이라고 본다. 디지털 소사이어티는 과거 한국 사회에 없었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의 장을 열어주었다. 유교적 상하 관계 속에서 쉽게 소통 되지 못했던 많은 논의들이 이 속에서는 자유롭게 열리고 있다. 또한 ‘디지털 네트워크’는 학연, 지연, 혈연에 얽매여 있던 한국인의 인간관계를 새로 정리 해주고 있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디지털 네트워크의 ‘어정쩡하지만 강압적이지 않은’ 특성은 그 동안 폐쇄적 인간관계에서 답답해하던 한국인의 해방구로 작용하고 있다.

    이어령 교수는 강연에서 적극적인 경쟁과 갈등이야말로 창의성의 기반이 된다고 강조한바있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서양은 어떠한 정의나 가설, 발명품에 대한 끝없는 부정을 통해 새로운 창의적 상품을 산출 해왔다. 이와 같은 면에서 머리는 비상하지만, 갈등과 경쟁에 소극적이었던 한국인의 정체는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하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맞고 있는 디지털세대 속에서 한국인은 더 이상 현재의 위치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 시간이 흐르고 디지털 네트워크에 적응하는 한국인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스스로 외압에서 벗어나 자유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웹상에서 ‘소통, 경쟁, 갈등’과 같은 일련의 과정에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앞으로 한국 사회는 좀 더 창의적으로 바뀔 것이며, 더불어 SNS 전쟁 시대도 한국인이 주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