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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하여 그대는 비는가
인류의 역사는 종교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조상 때부터 무엇을 믿느냐가 그들의 삶을 좌우하였습니다. 오늘 생각하면 미신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그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21세기에도 별로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종교라고 이름 지어지는 신앙생활의 체계가 있건 없건 인간은 여전히 빌면서 짧은 인생, 생과 사, 화와 복을 피할 길 없는 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다른 모든 동물들은 죽음이 느껴지는 극한 상황에서 그저 당황하여 울부짖을 뿐인데, 호모 사피엔스는 울부짖으면서도 '알 수 없는' 절대자를 향해 빌 수밖에 없는 특이한 동물이었습니다. 엊그제 이웃나라 일본의 동북지방, 관동지방을 최고 진도 8도가 넘는 지진이 강타하였고, 일본 본토에서 멀지 않은 바다 밑이 터져 높이가 몇 미터나 되는 큰 파도가 태평양 연안의 항구들을 덮쳐 문자 그대로 아수라장의 일본이 되었습니다.
아마 일본인들은 어제 오늘 다른 어떤 민족보다도 열심히 기도하고 있을 겁니다. 무조건 "살려주십시오"라고 빌어야 할 것입니다. 어느 개인이나 집단이 빈다고 해서 땅이 흔들리지 않고 바다가 잠잠해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사람은 빕니다. 빌 수밖에 없습니다. 땅이 한 번 흔들리고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여기저기 흔들리니 이런 재난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습니까.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쳐치의 지진의 악몽에서 아직 깨어나지도 못하였는데, 그보다 몇 10배 더 되는 큰 재앙이 일본 열도를 덮쳤는데 기도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다가 종교가 생긴 것은 아닙니다. 사람답게 죽으려는 결심과 노력 때문에 위대한 종교가 탄생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람답게 죽으려면 사람답게 살아야한다는 논리도 타당한 것입니다. 일본처럼 미신이 가득한 문명국이 없습니다. 집집마다 '가미다나'를 마련해 놓고 죽은 사람 위패 앞에 음식을 바치고 종을 울려 영혼을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두고 보세요. 이번에 이 지진, 이 해일, 이 큰 재앙을 계기로 일본에는 새로운 종교 운동, 기도 운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를 계기로 일본이 새로운 도덕과 새로운 윤리의 나라가 될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