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소송을 면하게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지난 4일 국회의 행정안전위원회가 통과시켜 본회의로 넘겨졌다고 전해집니다. 한 마디로 하자면 이 개정안은 선거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이 되도록 정치자금법에 저촉되어 고생하는 일을 덜어주려고 마련된 것인데, 오늘의 국회의원 296명 중에서 이 개정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의원은 두 사람 뿐이라고 알려져 있으니 이 개정안의 통과는 식은 죽 먹기가 된 셈입니다.

    여•야의 원내대표들이 파안대소하는 보기 좋은 모습이 신문에 실린 것을 보면서 정치는 마땅히 이렇게 돼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회의사당에서 밤낮 여•야 의원들이 소리나 지르고 주먹질이나 하고 때로는 치고받는 꼴만 보다가 이번에 이 광경은 우리 모두에게 흐뭇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는 무슨 안건을 놓고도 싸우지 않는 여•야의 의원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왜 이번에는 모두 마음이 하나인가, 왜 하나로 뭉쳤는가, 그 답은 지극히 명백합니다. 이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판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당선이 되었다가 엄격한 선거법에 걸려 퇴장이 불가피하게 되는 불상사가 적게 또는 없게 하려면 현행의 선거법은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난은 면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 법안이 만장일치나 절대다수표로 통과가 되면 모든 국회의원들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원리 하나는 분명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국민 모두의, 그리고 국회의원 모두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적화통일만은 안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북한 뿐 아니라 남한마저도 김정일 세상이 되면 북의 2300만 뿐 아니라 남의 5700만도 모두 김 씨 왕조의 노비가 될 수밖에 없으니 이보다 더 큰 불행은 없을 것 아닙니까.

    그러므로 북이 100대의 전투기를 준비했다면 우리는 200대의 전투기를 마련해야 하고, 북이 1,000대의 탱크를 배치했다면 우리 2,000대의 탱크를 배치해야 합니다. 김정일이 핵무기를 다 만들어 대한민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큰소리치면, 이명박도 핵무장을 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에 만들기가 어려우면 남의 나라가 만든 것이라도 빌려다 놔야 되는 것입니다.

    이런 큰일에도 여•야가 뭉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바랍니다. 인공기가 광화문에 나붙으면 국회의원들은 다 집에 가서 애를 보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가게 될 것이 뻔 하지 않습니까.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