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여명 기도회 마치고 거리로..수도권에선 교전자위야 전투서 수십명 사망..잘릴 前법무 "승리 아니면 죽음"
  •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성인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4일 금요기도회를 마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카다피 체제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가 보안군과 충돌했다.
    트리폴리의 타주라 지역에 있는 무라드 아가 모스크에서 정오 기도회를 마친 시민 1천500여 명은 "국민은 현 체제의 몰락을 원한다"는 구호 등을 외치며 시가행진에 나섰다.
    이들 시민이 거리로 진출하고 나서 불과 몇 분 뒤에 군복 차림에 녹색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보안군 병력이 나타나 이들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고, 시위대의 해산 과정에서 자동소총의 연발음도 반복해서 들렸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트리폴리 중심가인 그린(녹색) 광장에서는 리비아 국기를 들고 나온 카다피 지지자 수백 명과 반정부 시위대 간의 충돌이 빚어졌다고 알-아라비아 방송이 보도했다.
    카다피 세력은 이날 오전부터 수크 알-조마아 등 트리폴리 주요 지역에 군 병력과 함께 탱크를 배치하고 주민의 시위 참여를 통제했으며, 시 전역에서는 인터넷도 완전히 끊겼다.
    보안군은 1주일 전에도 트리폴리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던 시민 수백 명에게 총기를 발포해 해산했으며,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이 숨지거나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위성도시 자위야에서는 이날 카다피의 정예부대인 카미스 여단 소속 병력과 이 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 간에 교전이 다시 벌어졌다.
    카다피의 일곱째 아들 카미스가 이끄는 이 부대는 박격포를 발사하며 자위야의 서쪽에 대한 공격에 나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민들이 말했다.
    이와 관련, 알-아라비아 방송은 현지 의사의 말을 인용, 이날 자위야 서부 지역의 교전에서 최소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고, 알-자지라 방송은 50명 이상이 숨지고 300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자위야는 트리폴리의 서쪽 관문이자 정유시설이 위치한 요충지여서 이곳을 탈환하려는 카다피 친위부대와 시위대 간의 전투가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다.

    석유 터미널이 있는 동부 도시 라스 나누프에서도 이날 중무장한 반정부 시위대가 이곳에 있는 정부군의 군사 기지에 박격포탄과 로켓을 쏘며 공격해 양측 간의 전투가 벌어졌다.
    이들 반군은 군사 기지 쪽으로 1시간 동안 발포했고, 군부대도 헬리콥터를 띄워 기관총으로 반군에 반격을 가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반정부 시위대의 대표기구인 `리비아 국가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은 이날 동부 지역의 도시 알-바이다에서 군중을 향해 "승리 아니면 죽음"이라고 외치며 카다피 세력과의 결전을 독려했다.
    지난달 15일 리비아에서 첫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던 이 도시를 찾은 잘릴 전 장관은 이날 불에 탄 국가보안기관 본부 건물 앞에서 행한 짧은 연설에서 "우리는 항복하지 않고 싸울 것"이라며 "승리 아니면 죽음. 우리는 이 나라 전역을 해방시킬 때까지 나아갈 것이고, 위선의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카다피 세력의 유혈 진압에 항의해 사표를 던진 잘릴 전 장관은 제2의 도시 벵가지를 중심으로 출범한 `국가위원회'의 수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