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는 1일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를 더이상 리비아의 실질적 지도자로 보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리비아에 대한 군사력 사용은 반드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크렘린 고위 소식통은 1일 기자들에게 "만일 카다피가 상황을 최종 단계로 몰고 가는 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는 살아있는 정치적 송장이며 현대의 문명화된 세계에서 설 자리가 없다"며 "정치 무대에서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카다피가 자국민을 상대로 군사력을 사용한 것은 용납될 수 없으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리비아 정부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며 "러시아 정부가 뒤늦게 리비아 사태에 반응을 보인 것은 오로지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인들의 안전에 대한 고려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다수 러시아인들이 리비아에서 탈출한 뒤 러시아 정부는 곧바로 (유혈 사태를 비난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크렘린 소식통은 이어 "우리는 카다피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지지하고 이에 동참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리비아에 군사-기술 분야를 포함한 이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의 목숨을 무기와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리비아와 체결한 계약은 리비아의 새 정권과 다시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미국과 동맹국이 리비아에 군사작전을 펼칠 가능성은 작으며 미국이 이를 감행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이 이성적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재 러시아 대사 드미트리 로고진은 이날 리비아에 대한 외국의 군사력 사용 결정은 전적으로 유엔 안보리의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리비아에 대한 무기 금수, 카다피와 그 가족 및 측근들의 국외여행 제한과 자산 동결 등을 골자로 한 유엔 안보리의 대(對) 리비아 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러시아는 안보리 제재를 벗어나는 무력 사용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로고진 대사는 인테르팍스 통신에 "만일 미국의 누군가가 리비아에 대한 전격전을 감행하길 원한다면 이는 심각한 실수"라며 "왜냐하면 나토의 책임 지역을 벗어난 모든 군사력 사용은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로고진은 "우리는 이와 관련 나토 내에서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각국의 입장도 알고 있다"며 "어떤 경우든 나토는 (유엔 안보리로부터) 리비아에 대한 군사력 사용에 관한 결정권을 빼앗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를 벗어난 제재, 특히 군사력 사용 결정은 국제법 위반이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대사는 리비아 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조치에 대해선 "이것이 바로 나토가 리비아 사태에 대한 군사적 대응 측면에서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도"라고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