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면초가에 빠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향후 투항이나 해외 도피를 택하지는 않을 것이며 자살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의 최측근 인사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눈길을 끌고 있다.

    따라서 이미 수천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리비아의 내전 상태는 카다피의 생명을 포함한 양측 중 한쪽의 최종적인 '종말'로만 종식될 것으로 전망돼 무력 충돌에 따른 막대한 추가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카다피 정권과 결별한 아부델 파타흐 유네스 알-아비디 전 내무장관은 25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가 투항하지 않을 것이며 "자살하거나 쓰러질 때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다피 정권의 '제2인자'로 그를 47년간 지켜봐 온 최측근인 유네스 전 내무장관은 카다피 정권이 붕괴되고 있어 앞으로 며칠밖에 더 가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예상했다.

    역시 카다피 정권의 핵심 인사였던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도 전날 스웨덴 신문 엑스페레센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의 인생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히틀러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히틀러는 1945년 4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독일 베를린의 지하 벙커에서 자살한 바 있다.

    이브라힘 다바시 유엔 주재 리비아 부대사도 이날 "카다피는 미치광이이고 정신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살해당하거나 또는 자살하기 전까지는 끝까지 버틸 것"이라며 그가 반정부 세력에 생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도 이날 터키 뉴스채널 CNN-튀르크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계획에 대해 "'플랜 A'는 리비아에서 있다가 죽는 것이고 '플랜 B'는 리비아에서 있다가 죽는 것이고, '플랜 C'는 리비아에서 있다가 죽는 것"이라며 결사 항전할 뜻을 뚜렷이 했다.

    이처럼 카다피에 대한 찬반 입장을 막론하고 그를 잘 아는 측근 인사들이 카다피의 향후 선택을 한결같이 똑같이 전망하는 것은 우선 카다피 특유의 극도로 자존심이 강한 성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 방문 시 상대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천막을 설치해 숙소로 쓰는 기행을 일삼는 등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독불장군', '천방지축'식인 그의 성격으로 미뤄, 망명이나 항복으로 자존심을 구기기보다는 끝까지 싸우다 장렬하게 죽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또 이집트, 튀니지에서 독재자들이 형세가 돌이킬 수 없이 불리해지자 결국 물러난 것과 달리, 카다피가 '결사항전'을 외치며 전투기 등을 동원해 비무장 시위대를 공격하는 극한적인 선택을 이미 내렸다는 데서도 망명이나 항복 등 평화적인 길을 택할 가능성은 이미 막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