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보일러 소리다”... 소리전문가 “이미 폭발했을것”의심받던 1층 보일러 교체한 뒤에도 ‘폭음’다시 의심받는 4층은 교체 안했어도 ‘조용’
  • 주민들, “어떤 원인이든 빨리 밝혀 달라” 불안감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서 두달 넘게 계속된 ’의문의 폭음’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남양주 폭음이 계속된 뒤 남양주시가 23일  아시아소음진동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화도읍 묵현2리 인근 빌라의 보일러 연통이 잘못 설치돼 폭발성 점화가 발생하면서 소리가 난 것으로 결론내렸다.

    그러나 한 방송사의 요청으로 같은 폭음을 분석중인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는 23일 시와 아시아소음진동연구소의 결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아시아소음진동연구소는 “해당 빌라 4층의 보일러 연통이 벽쪽에 가까이 붙어 있어 배출가스가 날아가지 못하고 맑은 공기와 섞여 다시 보일러에 들어갔다”며 “이때 발생한 불완전 연소로 폭음이 발생했고 연통이 포신 역할을 하며 소리가 커졌다”고 밝혔다.

  • ▲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내용과,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측이 추정하고 있는 소리의 진원지(초록색 네모)는 비슷하다. 남양주시에서 보일러가 원인이라고 한 빌라(빨간 네모).
    ▲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내용과,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측이 추정하고 있는 소리의 진원지(초록색 네모)는 비슷하다. 남양주시에서 보일러가 원인이라고 한 빌라(빨간 네모).

    하지만 배 교수는 “그 정도 폭음소리를 낸다면 ’부르릉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보일러실이 단번에 날라가야 한다”며 “녹음된 폭음은 단발적으로 ’펑’하는 소리였고 연통이나 배관의 울림소리도 나타나지 않아 보일러에서 난 소리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보일러라면 그렇게 70여차례 계속 터지나"

    그는 이어 “보일러가 한번 터지면 완전히 망가질 수 밖에 없는데 한 보일러가 70여 차례나 계속 터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주민들은 남양주시가 보일러 연통 폭음이라고 주장한데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방송국의 소리 녹음 장치도 설치됐던 옆 연립주택 주민 김 모씨는 “발표를 이해할 수 없다. 애초부터 지하에서 무슨 가내공업을 하는 곳에서 나는 소리처럼 지하를 울리는 느낌이었다. 보일러소리라는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빨리 원인을 찾았으면 좋겠다. 불안해 못살겠다”고 말했다.

    또 한 주민은 “방송에서 폭음 소리 인근에 사는 어르신이 ‘귀가 안들린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방송이 나오기도 했다”며 어처구니없어 했다.

    최초 의심 보일러 교체 뒤에도 폭음

    실제로 지난 18일 시와 아시아소음진동연구소 측이 폭음 진원지로 지목한 빌라 1층 보일러를 교체했지만 다음날인 19일 오전 1시께 다시 폭음이 들리기도 했다. 이번엔 시 조사단이 4층 보일러를 진원지로 지목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그러자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측이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해 아직 보일러 교체는 하지 않은 상태다.

    이후 배 교수는 20일 낮 12시부터 해당 빌라에 수직센서를 설치해 폭음이 지상으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생하는지 추적하고 있으나 폭음은 3일째 들리지 않고 있다. 연구소측은 꾸준히 들리던 소리가 최근 이틀 들리지 않은 것으로 봐서 보일러가 원인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교수는 “정밀조사를 시작한 특정 시간대에 들리지 않아 누군가 고의적으로 공기압축성 폭발음을 냈다가 잠시 멈춘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상 주변에서 자동차나 전기밥솥 등 고의적으로 폭발음을 낼 수 있는 도구는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소리공학연구소측은 “4층 빌라의 보일러에서 간이 폭발시험을 한 결과를 마을에서 수집된 기존의 10여차례 폭발음과는 비교했으나 소리성분이 달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24일 밤시간대 화도읍 묵현2리 스키장 인근 마을에서 ’펑’ 하는 폭음을 들은 주민들이 땅굴을 파는 것으로 의심해 군 부대에 신고하면서 ’의문의 폭음’은 세간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대. 이에 시와 경찰, 군이 민간 전문가까지 동원해 합동조사를 벌였으나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남침땅굴을 찾는 사람들 김진철 목사는 “원인이 어떻든 폭음소리에 땅굴을 연상할 정도로 전국민이 민감한 상태다. 이 참에 땅굴의심지역을 국가에서 시추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