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 美캘텍 교수, 고국서 활발한 중재자 역할
  • 이집트의 정치적 혼란 와중에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이외에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가 지도자로 부상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집트 태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캘텍) 교수로 재직 중인 아흐메드 즈웨일(64)이 주인공으로,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과학·기술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엘바라데이는 2005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즈웨일은 이보다 훨씬 앞선 지난 1999년 초고속 레이저광원을 이용해 분자 화학반응의 중간과정 관측에 성공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즈웨일은 이집트 야권이 정치·제·사회 등 각계 인사 25명으로 최근 구성한 `정권교체 위원회'에 포함됐다.

    이달 초 이집트로 간 그는 6일(현지시간) 카이로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고 반정부 시위사태를 끝내려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적인 사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즈웨일은 "무바라크 대통령은 권력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지도자가 돼 중동지역의 새 역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이집트의 정치, 교육 개혁을 촉구해온 즈웨일은 "이집트는 갈림길에 서 있으며 분명한 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즈웨일은 그동안 이집트에서 정부 관리들과 젊은 시위 지도부를 만나 사태의 해결책을 모색했다. 야권과의 정치개혁 협상을 벌이는 이집트 정부의 협상대표인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을 만났을 뿐 아니라 종교 지도자들, 그리고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과도 회동했다.

    지금까지 즈웨일은 이처럼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자로서 비공식적인 역할에 집중해왔다.

    일각에서는 즈웨일을 엘바라데이처럼 대통령 후보로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그러한 `망토'를 거부하고 있고, 이번 이집트 사태에 외국의 개입을 경계하고 있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그는 "이집트의 문제이기 때문에 변화는 이집트인이 주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즈웨일은 지난 2일자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지금은 이집트에서 표면적인 개조가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1976년부터 캘텍 교수로 재직 중인 즈웨일은 이집트에서 대학원 과정까지 마친 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로 박사과정 유학을 왔고, 198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에 사는 즈웨일의 부인 데마는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남편이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 계속 살았지만 자주 고국을 방문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