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집트 사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군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과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무바라크를 버리면 군은 이집트 안보와 안정을 지키는 마지막 수호자로서의 지위뿐만 아니라 그같은 책임에 수반하는 정치경제적 명예도 흔들리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카이로 도심에 진주한 탱크와 군인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반정부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다간 군에 대한 대중의 존경심을 잃을 뿐만 아니라, 향후 질서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라고 AFP가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 지도자들은 이집트 군에 무력사용을 자제할 것을 거듭 호소하면서, 현재까지 냉정을 잃지 않고 있는 군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 이집트 국방장관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우리는 당신이 역사적인 책임을 짊어지고 현재의 이행(transition) 과정이 완수되도록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파리에 소재한 콜레주 드 프랑스의 이집트 문제 전문가 토픽 아클리만도스는 "군이 열쇠를 쥐고 있다"며 "만약 대통령이 군에 명령을 내리면 군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클리만도스는 "군이 무바라크를 지지할 수도 있지만, 군중에게 발포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군 장성 출신인 무바라크 대통령이 지난주 질서를 지킬 능력을 잃어버린 경찰력을 다시 강화하라는 명령을 내린 이후 군은 최전선에 서 있다.

    무바라크는 오마르 술레이만과 아흐메드 샤피크라는 두 명의 장군들을 각각 부통령과 총리에 임명함으로써 군부에 힘을 보탰다.

    고민 끝에 이집트 군은 일단 지난달 31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수만명의 시민들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집트 국영 뉴스 통신사 메나(Mena)가 보도했다.

    이집트 군은 성명을 통해 "이집트 군은 지금까지 이집트 국민들에 대해 무력을 사용해 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무력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집트 국민들의 요구를 `정당한것'(legitimate)이라고 평가하고 "평화적인 표현의 자유는 모든 국민에게 보장돼왔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군은 시위대의 하야 요구를 받고 있는 무바라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도 않고 있다.

    정치외교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엘리야 자르완은 군의 입장은 "정권의 일부가 존속하는 가운데 일종의 `관리된 이행(managed transition)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45만 명에 달하는 이집트 군은 1952년 가말 압둘 나세르가 이끄는 `자유장교단'이 쿠데타를 통해 파루크 왕조를 무너뜨린 이후 모든 대통령들의 버팀목이 돼왔다.

    하지만 이집트 군 장병들 중에는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고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돌리기를 주저하는 젊은 징병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카이로 소재 알-아흐람 정치전략연구소 소속 아므렐-쇼바키는 "이집트 군은 존경을 받으며, 대중운동을 억압해본 전통이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무슬림형제단 소속 이슬람주의자들조차도 지난달 31일 "위대한 이집트 군은 국민의 편에 서서 영광스러운 지위에 있다"며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