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33명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압수귀중품에 국민 분노…사위소유 은행 몰수
  • 여·야 통합 과도정부가 출범한 지 사흘째를 맞은 20일 튀니지의 국영TV는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의 친인척 33명이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과 함께 이들에게서 압수한 귀중품을 촬영한 영상을 뉴스 시간마다 방영했다.

    TV를 통해 공개된 압수품 중에는 커다란 보석이 박힌 반지와 갖가지 목걸이 등 장신구 수백 점과 명품 시계 등 고급 사치품이 다량 포함돼 벤 알리 일가에 대한 시청자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튀니지 당국은 또 벤 알리 전 대통령의 사위가 소유한 `지투나' 은행을 몰수하고, 이 은행을 통해 관리된 것으로 알려진 벤 알리 일가의 거대 자산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이번 시민혁명 때 성난 군중의 방화 대상이 됐던 지투나 은행의 실질적 소유주였던 벤 알리의 사위 사케르 마테리는 3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권력을 등에 업고 막대한 재산을 챙겼다.

    현재 두바이에 머물고 있는 마테리는 은행뿐 아니라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포르셰 등 외국 자동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인 ENNAKL의 회장직을 맡고 있고, 최대 일간지도 소유하고 있다.

    벤 알리 일가는 금융업에서부터 이동통신사, 언론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족벌형 재벌그룹을 운영해왔다.

    벤 알리의 부인 레일라 트라벨시의 큰오빠 벨하센은 시멘트 제조회사인 시멘트 드 카르타지와 5성급 리조트 호텔 카르타고 르 팔라스를 보유하고 있다.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휴양지 감마르트에 있는 이 호텔의 입구에는 폭도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한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벤 알리의 딸인 시린은 지난해 개국한 쉠스 FM 라디오 방송의 회장이며, 시린의 남편 마르완 벤 마부르크는 프랑스텔레콤의 튀니지 현지 파트너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벤 알리의 처조카인 이메드 트라벨시는 프랑스 실내장식 회사인 브리코라마의 파트너 사인 `메드 비즈니스 홀딩스'의 회장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14일 국외로 탈출하려다가 공항에서 성난 폭도들에게 피습당해 숨졌다.

    그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의 외교전문에서 현지에 진출한 프랑스 기업인의 요트를 빼앗은 인물로 묘사됐던 장본인이다.

    시민혁명에 떼밀려 사우디 아라비아로 망명을 떠나면서도 금괴 1.5t을 챙겼다는 소문의 주인공인 벤 알리의 부인 레일라는 평소에도 사치스러운 생활로 프랑스 혁명 때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나 필리핀의 이멜다 마르코스 전 영부인에 비교된다.

    튀니지 시민들은 권력형 `마피아'였던 벤 알리 일가의 비리를 파헤쳐 처벌하고, 부정축재한 이들의 재산을 국고에 환수하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