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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으로 제주에 온 뒤 종적을 감춘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 한해에만 800명을 넘어섰다.
7일 법무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비자 없이 제주에 들어온 뒤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중국인은 전체 이탈자 832명 중 822명에 이른다. 이는 2008년 398명, 2009년 346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제주도에 대한 무사증 입국제도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최대 30일까지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2008년 2월 개별 여행객에게까지 무사증이 확대되고, 5인 이상 단체여행객에 요구했던 초청확인서 제도가 폐지되면서 무사증으로 제주를 방문하는 중국인이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애초 의도와는 달리 제도를 악용해 제주를 국내 불법 취업을 위한 경유지로 삼는 경우도 점차 늘어 출입국관리 당국이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10월 17일 국제유람선 코스타 클라시카(5만2천t급)호를 타고 제주항에 입항했던 1천300여명의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 44명(남 30명, 여 14명)이 두세 명씩 짝을 짓고서 대열에서 이탈해 잠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찰과 해경은 사건 당일 제주시내 호텔 2개소에서 11명을 검거하고, 사흘 뒤인 20일 광주시에서 1명을 붙잡았지만, 나머지 32명은 80일이 넘은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출입국 관련 기관도 인력난 등으로 무사증 입국자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008년 2만3천354명에 불과하던 무사증 입국자 수가 2009년 6만9천572명, 지난해 10만8천679명으로 매년 크게 증가했다. 때문에 크루즈 선박에 대한 입국 심사를 맡는 출입국관리사무소 항만팀의 경우 직원 3명이 1천명이 넘는 유람선 관광객들의 여권을 일일이 열어보는 것조차 버겁다는 것이다.
또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과거 불법체류 사실이 없으면 입국을 거부할 명분이 없는데다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어 딜레마를 겪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출입국 심사를 강화하면 관광도시의 이미지는 물론 무사증 제도의 원래 취지마저 퇴색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런 무사증 입국자의 무단이탈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중국인 사이에 제주에 가면 이탈이 쉽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난데다, 브로커 등이 개입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획기적인 방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탈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