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가르치러 영어 배워...‘제임스 조이스의 정치의식’
  • "대학에서 공부하는 순간순간이 경이로움의 연속이었어요."

    고교 졸업 후 40여년 만에 대학에 진학한 할머니가 10년만에 학사와 석사 과정을 모두 거치고 박사학위까지 받게 돼 화제다.

    주인공은 대구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돼 내년 2월 박사모를 쓰는 김경자(72)할머니.

    30일 대구가톨릭대에 따르면 김 할머니가 최근 저술한 박사학위 논문 '제임스 조이스의 정치의식'이 이날 논문 심사를 통과했다.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은 전력이 있는 우리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는 아일랜드의 현실에 공감대를 느낀 김 할머니는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을 분석, 그의 조국에 대한 애착을 조명했다.

    여고 졸업이 최종 학력이었던 김 할머니가 손을 놓았던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은 30년 전인 1980년께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정부에서 과외 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42)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영어교재를 구입, 독학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한 것.

    김 할머니는 독학으로 영어 공부를 재개한 지 20년만인 지난 2000년 당시 환갑을 넘긴 나이로 지역의 한 대학 영어통번역 전공에 입학했고 2년 뒤 대구가톨릭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에 편입, 학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김 할머니는 2004년과 2007년에 각각 석사와 박사과정에 진학, 학업을 계속했고 마침내 이날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되는 결실을 거뒀다.

    이 과정에 김 할머니는 자녀들은 물론이고 며느리와 두 손자들을 위한 영어선생님 역할을 톡톡히 했고 지역의 한 전문대에서 1학기 동안 학생들에게 기초회화를 가르치기도 했다.

    '학교 공부의 끝은 다른 공부의 시작'이라고 주장하는 김 할머니는 작가가 되기 위해 내년 2월에는 경북대 평생교육원 창작과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 할머니는 "늙어서도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식들의 인생에 길잡이가 되는 것 같아 좋고 그동안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자전적 소설을 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