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과 핍박의 흑인 골프역사..브람렛은 후즈의 후계자?
  • <방민준 칼럼> 골프황제의 가슴에 맺힌 한

     



  •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며칠 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카드를 딴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셉 브람렛(22)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는 뉴스가 소개되었다.

    우즈는 트위터를 통해 "조 브람렛의 퀄리파잉스쿨 합격을 축하한다. 1년 내내 손목 부상에 시달린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과다. 내년 그의 활약이 기다려진다"고 밝혔다.

    우즈가 브람렛의 PGA 투어 진출을 반기는 것은 브람렛의 이력이 자신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브람렛의 아버지는 우즈의 아버지처럼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우즈로선 PGA 투어에서 아프리카계 혈통을 지닌 동지를, 그것도 스탠퍼드대학 후배를 두게 되었으니 더없이 반가울 것이다.

    그러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브람렛을 반기는 속 사연을 보면 그의 가슴 속에 맺힌 한을 이해할 수 있다.

    미국에서 흑인의 골프 역사는 핍박의 역사였다.

    우즈는 흑인으로서 골프황제의 자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갖은 수모를 당하며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선 대선배가 있었기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이혼한 상태지만, 우즈는 스웨덴 출신 전 부인과의 사이에 낳은 아들의 이름을 '찰리 액셀 우즈(Charlie Axel Woods)'로 지었다. 찰리는 PGA투어 첫 흑인선수였던 찰리 시포드(Charlie Sifford․88)에서 따왔고, 액셀은 전 부인 엘린 노르데그렌의 오빠 이름에서 차용했는데 스웨덴 말로 ‘평화의 아버지’란 뜻이란다.

    찰리 시포드로 말하면 흑인 골프의 ‘살아있는 역사’다. 1961년 흑인 최초로 PGA투어에 출전했던 찰리 시포드가 자서전 제목을 ‘다만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달라(Just let me play)’라고 달 정도로 흑인골프의 역사는 고난과 핍박의 역사였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출생한 시포드는 13살 때 동네 골프장에서 캐디를 하면서 골프를 배우기 시작, 흑인들만 참가하는 대회에 나가며 골프코치생활에 만족해야 했다. 1960년 이전 흑인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는 UGA(United Golf Association) 대회가 유일했는데 퍼블릭코스에서만 열리고 상금규모도 보잘 것 없었다. 이때 유명한 흑인 골퍼들이 바로 시포드를 비롯, 테디 로즈, 피트 브라운. 리 엘더 등이다.

    시포드가 PGA투어에 처음 참가한 것은 1952년 피닉스오픈. 당시 복싱 세계 헤비급챔피언 조 루이스가 한 장의 특별초청권을 갖고 있었는데 예선전을 통과한 시포드가 이 초청권의 힘으로 출전할 수 있었다.

    그는 첫날 첫 홀 그린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린에 올라가니 홀이 인분으로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흑인의 출전에 항의하는 백인 갤러리의 소행이었는데 부인이 인분을 치우고 홀을 교체한 후에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1957년 PGA공식대회는 아니지만 PGA가 후원한 롱비치오픈에서 첫 우승을 한 시포드는 1960년 백인만이 PGA 회원이 될 수 있다는 규정이 개정되면서 이듬해 투어카드를 획득, 흑인 최초로 PGA투어 그레이터그린스보로 오픈에 참가할 수 있었다. 이때 시포드는 코스 분위기를 “살해협박의 공포를 느꼈을 정도”라고 자서전에서 술회했다. PGA투어 첫 우승은 1967년 그레이트 하트포드 오픈에서다.

    흑인들에게 PGA의 문호가 개방된 후에도 꿈의 무대로 불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코스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대회는 여전히 흑인들에게 난공불락이었다. 독자적인 규정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흑인으로서 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캐디가 되는 길뿐이었다. 그러다 1975년 흑인에게도 클럽이 개방되면서 흑인 리 엘더가 전년도 몬샌토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처음 출전했다.

    이 같은 고난과 핍박의 역사를 거쳐 1997년 타이거 우즈가 흑인 최초로 그린재킷을 입고 황제로 등극했으니 어찌 찰리 시포드를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시포드는 2004년 흑인 최초로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고 2007년에는 골프의 고향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으로부터 명예법학박사를 받기도 했다.

    이런 역사를 거쳐 황제의 자리에 오른 타이거 우즈에게 브람렛의 등장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대선배 시포드와 자신이 개척해온, 한 맺힌 흑인 골프의 전통을 이어갈 귀한 후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브람렛의 등장은 두 흑인 골퍼의 상승효과는 물론 흑인사회의 골프 열풍을 몰고 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뉴데일리 부사장/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