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3일째 파행, 애꿎은 공무원들만 수난시 행정까지 '올 스톱', 연말까지 계속 이어질 듯
  • “결제할 것도 많고 할 일은 산더미 같은데…, 의회에 하루 종일 잡혀 있으니.”

    무상급식 논란으로 서울시의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서울시 행정까지 ‘올 스톱(All Stop)’ 상태다.

    이달 초부터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무상급식 조례안’ 수용 요구와 함께 모든 의사일정을 중단하고 ‘침묵시위’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 1일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플리즘’이라는 발언과 함께 시정 질문을 거부한 것에 대한 반발이 그 이유다.

    이들은 “오세훈 시장이 시정 질문에 참석하지 않으면 더 이상 의사일정을 진행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모든 피해의 책임은 오 시장이 져야 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 ▲ 6일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 의원석(오른쪽)은 텅 비워진 채 출석을 요구받은 시 주요 간부들만(왼쪽) 자리를 지키고 있다.
    ▲ 6일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 의원석(오른쪽)은 텅 비워진 채 출석을 요구받은 시 주요 간부들만(왼쪽)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얼핏 보면 정치 공방으로 보이는 사태지만, 정작 피해자는 따로 있다.

    의회는 열리지만 회의가 진행되지 않으니 출석을 요구받은 서울시와 시 산하단체, 시교육청 주요 간부들은 근무시간 내내 본회의장에서 먼 산만 바라보다 돌아가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할 각 기관 주요 간부들이 모조리 시의회에 붙잡혀 ‘시간 낭비’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웃지 못 할 현상이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벌써 3일째다. 덕분에 시 행정은 거의 마비 상태가 됐다. 주요 결재권자가 의회 참석으로 부재중이니 당연한 일이다.

    일부 출석 공무원들은 틈틈이 전화로 업무 보고도 받고 지시를 하기도 하지만 몸이 자유롭지 않으니 일처리가 어렵다. 때문에 의회 일정이 모든 끝난 일과 이후에서야 사무실로 돌아가 밀린 일처리를 해야 한다.

    시 고위공무원 A 서기관은 “지난 2일부터 매일같이 불려나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한 채 퇴근하고 있지만 시의회는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출석요구서만 보내고 있다”며 “‘시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부하 직원들을 골탕 먹이겠다’는 심보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 ▲ 이날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의사 일정을 중단한채 무상급식 조례 수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 이날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의사 일정을 중단한채 무상급식 조례 수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더 큰 문제는 사태가 ‘이제 시작’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들이다. 가장 시급한 예산결산위원회 활동 기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서울시와 시의회는 의견차를 좁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과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의 횡포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고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도 “단식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말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9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예산결산위원회 일정이 시정 질문 무기한 연기에 따라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상태로 간다면)최악의 경우 연말까지 예산안 통과도 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