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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 밥 먹이는 돈을 아까워하는 시장이 아니다.”
“그 누구보다 시의회와 합의점을 찾으려 했으나 더 이상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다.”
“수십 년 뒤 서울시민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떳떳하기 위해 타협하지 않기로 결심했다.”6·2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최대 공약으로 내세운 무상급식의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전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여소야대 정국을 맞아 ‘무상급식 조례’ 강행 처리와 함께 오 시장을 공격하기 시작한 서울시의회와의 정치싸움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한동안 잠자코 있던 오 시장도 최근 일방적인 전체 학생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규정짓고 시의회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등 초강경책을 펴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뉴데일리>는 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가 무상급식 조례안을 수용할 수 없는 진짜 이유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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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무상급식 논란으로 여권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뉴데일리
① 무상급식은 엄연히 교육청의 업무
“서울시교육청이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것을 말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서울시)에게 무상급식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감 공약에 필요한 돈을 구하기 위해 우리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다.”
화제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은 학기 중 중식을 무료로 모든 학생에게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오 시장은 이는 학교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청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행정 전반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시교육청이 주장하는 것처럼 예산의 절반을 부담하면서까지 주체로 나설 사안이 아니라는 견해다.
현재 시교육청과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내년도 초등학교 전체 무상급식 비용 2400억원의 절반은 시교육청이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구청(20%)과 시청(30%)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시교육청이 교직원 급여와 필수 사업에 책정된 경직성 예산을 제외하면 사실상 가용예산은 8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초·중학교 전체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만 4000억원이다. 즉 쓸 수 있는 돈의 절반이나 차지하는 큰 금액이기 때문에 서울시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도 교육지원 예산을 늘리는 상황에서 정작 교육을 책임지고 교육 콘텐츠와 교육시설을 챙겨야 하는 교육청이 이 두 가지를 포기한 채 아이들 밥 먹이는데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② “쩨쩨한 게 아니다.” 무상급식보다 더 급한 현안이 많다.
“(시교육청이)교육 콘텐츠의 질을 높인다거나 우수한 교사를 양성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도와달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도울 용의가 있다. 하지만 무상급식은 다르다. 실제로 학부모들이 가장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학교폭력문제와 공교육 확립에 있었다.”
오 시장은 ‘굶는 학생은 없어야 한다는 말’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자녀(전체 학생의 약 5%)를 위하 무상급식비 278억원과 우수식재료 지원비 152억원 등 총 463억원의 급식관련 예산이 그것이다.
하지만 부자학생까지 밥을 먹여야 하는 전체 무상급식은 견해가 달랐다. 시교육청의 요구대로라면 초·중·고 모든 학생에 대한 무상급식 예산안은 6000억원에 육박하며 서울시와 자치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그 절반인 3천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재료를 친환경 농산물로 바꾸면 다시 1천억원 가량은 부담이 늘어난다.
서울시가 1년 교육관련 예산 1445억원의 3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아이들 밥 먹이는데 쓰는 돈 700억원에 쩨쩨하게 굴지 말라’며 오 시장을 비난하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의 서울시의 설명이다.
때문에 무상급식을 하는 것이 지금 당장 현실성이 없기도 하거니와 억지로 한다고 해도 다른 교육관련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전시성 사업 예산을 줄여 무상급식에 투자하라’는 일부 과격론자들의 주장은 “전혀 예산의 기본 구조를 알지 못한 선전전(propaganda)”이라며 “이미 서울시는 그 어느 도시보다 많은 교육지원사업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오 시장은 “지금 학교현장에는 비 새는 교실도 많고, 수준별 학습 하려면 교육시설 보완해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학교 시설의 격차는 생각보다 엄청나다. 그래서 3無학교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학교주변안전망 강화를 위한 CCTV설치나 사교육 억제를 위한 공교육 확충, 학습준비물 비용 지원 등이 더 시급하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확인했고 나 또한 좀 더 현실적인 지원을 위해 예산을 편성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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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교육감 아닌 급식감’ 2012 총선·대선을 위한 정치적 수단이다.
“여기서 무너지면 서울시가, 대한민국이 무너진다. 이번 무상급식 조례안은 시작일 뿐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과격한 포퓰리즘은 난무할 것이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세력들이 앞서 설명한 것처럼 ‘준비돼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그들이 ‘무상급식은 대중의 뜻’이라고 부르짖는 것에 대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서울시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뿐 아니라 오 시장이 그동안 숱하게 다닌 학부모 간담회 등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오세훈 시장이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운 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이 민심의 진짜 속마음이라고 자신했다.
때문에 그는 야당의 선전전(propaganda)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혔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찬성론자들은)애들 밥먹이겠다는데 왜 반대하느냐’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문구를 개발하는데 굉장히 강하다. 그런데 그것을 설명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니 선전전에서 늘 밀리게 된다”며 “그래서 이번에 저는 작심하고 그 패러다임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고 작심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시의회에 대해 “비정상적인 예산안을 편성한 교육청을 견제해야 할 시의회가 오히려 이를 조장하고 돕고 있다”며 “그런데 막상 시정 질문에서 시의원들은 제가 설명하려고 들면 듣지도 않고 공세의 장으로만 활용할 뿐이다”고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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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인보길 뉴데일리 대표이사와 오세훈 시장과의 일문일답
문)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대해 좀 더 설명한다면?
답) 다른 예산은 줄이면서도 교육, 복지 예산을 늘렸습니다. 그런데 야당은 그것도 줄어들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시립병원, 보라매병원 건립에 들어간 비용이 올해까지 집행이 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시민 전체에게 들어가는 예산은 훨씬 늘었습니다.
문) 사상 처음으로 시의회 불참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답) 오히려 교육청을 견제해야 할 시의회가 견제하기는커녕 조장하고 돕고 있습니다. 이런 시의회의 행동에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합니다. 토론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왔습니다.
하지만 시정 질문에서 논리적으로 얘기해봐야 그들의 생각은 정해져 있어요. 40분 질문하면서 35분~38분을 자신들의 얘기만 하고 제가 대답하려고 하면 “서면으로 하세요”라는 말을 매일 들었습니다. 설명하려고 들면 듣질 않습니다. 정치적 공세의 장으로 활용할 뿐입니다. 이제는 선을 그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문) 무상급식 조례가 통과된 것은 사실이다. 시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대응해 갈 건가?
답) 원칙대로 대응할 겁니다. 누가 봐도 상위법을 위반한 조례입니다. 내용도 터무니없지만, 최소한의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조례입니다.
이번 조례는 내년에는 초등학교, 내후년에는 중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명백하게 불법 조례입니다. 재의를 요구하겠지만 여소야대 형국이라 결국엔 재의결이 될 겁니다. 그러면 대법원에 제소하고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문) 끝없는 소모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상급식을 두고 언제까지 싸워야 하나?
답)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될 때까지는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싸움은 간단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교육청은 자체 예산으로 무상급식 3개 학년 예산을 세워 놨는데,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자체 예산으로 중학교까지 하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싸움은 내년까지도 계속 가야 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