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국힘, 위원 사임계 내고 보이콧2일 의총서 원내 투쟁 방향 논의
  • ▲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원 구성에 반대하는 피켓을 든 모습. ⓒ뉴시스
    ▲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원 구성에 반대하는 피켓을 든 모습. ⓒ뉴시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반발해 "어떤 상임위도 받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지만 내부 고민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남긴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거부하면 후반기 국회 운영에서 국민의힘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보이콧에 들어간 것인데 이 방식이 전반기에는 통하지 않았다"며 "후반기에는 지지율 때문에 먹힐 수 있지만 최소한 기재위나 정무위, 문체위나 과방위는 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밤 국회 본회의에서 11개 주요 상임위원장 후보를 단독으로 올려 선출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핵심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자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불참 속에 의석 수를 앞세워 운영위와 법사위, 정무위, 재경위, 과방위, 국방위, 행안위, 문체위, 농해수위,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 예결위 위원장을 가져갔다. 법사위원장에는 서영교 의원, 예결위원장에는 이광재 의원이 선출됐다.

    이에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도중 기자들에게 "이것은 원 구성이 아니다"라면서 "밀실에서 자기들끼리 나눠 먹을 상임위를 정하고 소수 야당은 나머지를 가져가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밀실 결정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조정식 국회의장이 11개 상임위 위원을 강제 선임해 통지하자 '위원 사임의 건' 공문을 국회 의사과에 제출했다. 단순 항의가 아니라 상임위 보이콧을 공식화한 조치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고민은 2024년 제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의 기억과 맞닿아 있다. 당시에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반발해 상임위 보이콧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2024년 6월 10일 법사위, 운영위, 과방위 등 핵심 상임위를 포함해 11개 상임위원장을 먼저 가져갔다.

    국민의힘은 당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에 넘겨서라도 강경 투쟁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지만 결국 같은 달 24일 민주당이 남긴 7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수용했다. 이어 27일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 몫 7개 상임위원장이 선출됐다. 전반기 원 구성은 개원 28일 만에 마무리됐으나 법사위와 운영위, 과방위 등 핵심 상임위는 민주당 몫으로 굳어졌다.
  • ▲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사위원장으로 선출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 인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
    ▲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사위원장으로 선출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 인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
    이번 원 구성에서도 최대 쟁점은 법사위원장이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균형과 견제를 위한 관례에 따라 제1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도 "법사위원장을 우리 당에 배정하면 민주당이 추천하는 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까지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여전히 법사위를 가져가야 한다고 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단순한 자리 배분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견제 장치 확보 문제로 보고 있다. 법사위를 민주당이 계속 장악하면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이 제동을 걸 수 있는 공간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법사위에 대한 불신도 크다. 전반기 민주당 소속 위원장이 주도한 법사위에서는 이견이 큰 법안들도 표결로 강행 처리됐다. 국민의힘 측 간사 선임 문제도 정상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는 인식도 함께 깔려 있다. 법사위가 단순한 체계·자구 심사 기구가 아니라 다수당 입법 드라이브의 관문으로 운영됐다는 것이다.

    전반기 법사위원장직은 민주당 소속 정청래 전 대표에서 이춘석 의원, 추미애 당시 의원·현 경기도지사, 서영교 의원으로 이어졌다.

    정청래 당시 법사위원장은 2024년 7월 법사위에서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을 강행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토론권 보장을 요구하며 항의했지만 정 위원장은 거수 표결을 진행했다.

    추미애 당시 법사위원장도 지난해 9월 법사위 회의에서 책상에 놓인 유인물을 치우지 않았다며 나경원·송석준·조배숙 의원에 퇴장을 명령해 논란이 됐다. 같은 달 법사위에서는 국민의힘이 추천한 나 의원 간사 선임안도 민주당 주도의 무기명 표결에 부쳐 부결시켰다.

    한편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고수하는 배경에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과 공소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을 밀어붙이기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법사위를 기필코 사수한 민주당은 조작기소국조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서영교 의원을 법사위원장에 앉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사위원장 자리에 그토록 집착했던 진짜 목적은 결국 공소취소특검을 반드시 관철시켜 이 대통령 '재판 취소'를 완수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법사위를 포기하지 않는 걸 보니 공소취소특검법을 기어이 통과시키려나 보다"라며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더니 원 구성 폭주와 상임위 독식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민생 법안 처리와 이재명 정부 2년 차 입법 과제 추진을 위해 상임위 가동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협상 형식만 취했을 뿐 법사위 양보 의사는 처음부터 없었다고 보고 있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거듭된 협상 요구를 끝내 외면하고 법사위원장은 물론 상임위원장까지 알짜는 모조리 차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화가 막히면 의석 수로 짓밟겠다는 거대 여당의 오만"이라며 "야당은 들러리로 세워두고 협상하는 척, 처음부터 결론은 정해져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일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