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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칼럼> 학교체육, 이대로 버려둘 것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농구광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얼마 전 지인들과 농구경기를 하다 입술을 다쳐 12바늘을 꿰매고도 그 다음 날 농구경기를 관람했을 정도다.
대학시절부터 농구를 즐겼던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에도 가족 친지나 보좌관들과 팀을 이뤄 농구시합을 했고 백악관에 들어와서도 백악관의 보좌관들, 각료들과 농구를 즐겼다.
오바마의 농구사랑이 유별난 것은 아니다. 미국인은 대부분 스포츠를 즐긴다. 어느 스포츠를 더 좋아하는가가 다를 뿐 미국민 모두가 열광적으로 스포츠에 직접 참여하고 구경도 한다. 주말이면 자녀와 함께 온 가족이 스포츠행사를 갖는 것이 일반적 풍속이다.
◆ ‘슈퍼파워’미국의 경쟁력 원천은 스포츠
‘슈퍼파워’ 미국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학자들은 다양한 주장을 펴겠지만 무엇보다 첫손 꼽히는 경쟁력의 원천은 스포츠다.
미국의 유아들은 엄마나 할머니의 등이 아닌 집앞 잔디밭에서 걷고 넘어지고 뒹굴고 공놀이 물놀이를 하며 자란다. 일종의 유아스포츠다. 유치원은 물론 학교에서 스포츠는 가장 비중이 큰 과목이다. 학생들은 학년에 따라 서너 종류의 스포츠를 의무적으로 배우고 클럽에 가입해 팀 할동을 하도록 돼있다. 대학에서는 스포츠 활동이 의무적이 아니지만 몸에 밴 스포츠습관 때문에 한두 종류 스포츠클럽에 가입해 활동하기 마련이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의 슈퍼파워 경쟁력이 배양된 것이다. 건강한 체력에 건강한 정신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스포츠활동을 하면서 정해진 규칙(룰)을 지키는 준법정신, 팀원끼리 호흡을 함께 하며 힘을 모으는 협동심과 단결력, 승패를 떠나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맨십, 상대의 핸디캡을 인정하는 배려의 정신 등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급부상 등 지구촌의 정치·경제 상황 변화로 “미국의 슈퍼파워 시대는 지나갔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지만 미국의 학교체육이 유지되는 한 그런 시대는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과연 학교체육에 바탕이 된 이런 경쟁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는가.
◆ 학교체육 불모의 땅에서 국가 미래는 없다
우리나라는 학부모의 성화에 학교체육이 발을 못 붙이고 있지만 미국에선 학교체육을 소홀히 했다간 학부모로부터 소송을 당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초등학교는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수업일수 10일 동안 최소한 200분, 중·고교는 400분의 체육교육을 실시하도록 주법에 규정돼 있으나 조사결과 절반 이상의 학교들이 이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자 한 부모가 교육구청을 상대로 체육시간을 엄격히 관리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이 학부모의 손을 들어주었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에선 학교체육은 이름뿐 방치상태다. 선수를 목표로 하는 학생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학생들이 체육과 담을 쌓고 있다. 많지 않은 체육시간은 주요과목(?) 자습시간으로 할애되기 일쑤다. 운동을 하며 놀고 싶어도 엄마가 학원에 데려다 주기 위해 기다리니 도리가 없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하루에 몇 개 학원을 전전해야 하니 운동장은 있으나마나다. 그나마 좁고 운동시설도 빈약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종합2위의 성적도 선수들과 관련단체의 영광에 머물 뿐이다.
◆ 학교체육 실종에 따른 국가비용 엄청나
스포츠와 철저하게 괴리된 학교생활을 해온 우리 학생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키는 크지만 허약한 체력,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철저한 개인주의, 초원을 내달리는 것을 잊고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하는 생활방식 등이 쇠를 갉아먹는 녹처럼 우리 학생들의 몸과 정신을 갉아먹고 있다.
건전한 시민의식, 정해진 룰을 지키는 준법정신, 팀워크, 단결력, 애국심과는 아예 거리가 멀다.
따져보지 않아서 그렇지, 학교체육 실종에 따른 국가비용도 엄청날 것이다. 체질이 허약하니 건강보험비용이 늘어난다. 시민의식 결여로 교통사고 안전사고 등에 따른 사회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탈법·범법자 양산과 사회 갈등에 따른 비용도 늘어날 것이다. 학교체육법조차 없다니 말이 되는가.
이 정권이 학교체육을 제대로 부활시켜 주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다면 다음 정권에서 반드시 실행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학교체육의 활성화가 가장 기본적인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방민준/본사 부사장,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