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 당일 고사장에 들어가는 선배에게 후배가 따뜻한 차를 건네며 응원을 전하는 따뜻한 풍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 교육청은 최근 ‘학부모 부담이 가중될 수 있으니 수능에 관련된 학교 행사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학교에 하달했다.

    수능 고사장 앞에 설치하는 응원도구를 준비하는데 드는 비용을 학부모들이 갹출할 가능성이 있고, 1·2학년 학생들이 강제 동원돼 ‘인권침해’의 소지도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 같은 지시가 떨어지자 일선 학교장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취지에 대해 공감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십년 동안 이어온 학교 전통 행사를 갑자기 ‘폐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특히 대부분의 학교는 수능 행사 등 각종 학교 행사에 필요한 비용은 학교 운영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교육청이 이를 ‘나쁜 풍습’으로 규정한 것에 대한 불만도 높다.

    경기도 수원시 G 고등학교장은 “수능 시험 당일 후배들이 선배들을 위해 고사장 앞에서 응원전을 펼치는 것은 다른 학교에서도 다 하는 행사일 뿐 아니라 우리 학교의 경우 돼지머리를 삶아 고사를 지내는 50년 전통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교육청은 전액 학교가 부담하는 이 고사 문화가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폐지를 권고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학생인권조례 등이 시행되면서 교내 인권침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은 가급적 자제를 당부한 것일 뿐”이라며 “강제된 사안이 아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