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본격 사용될 울산의 도로명 주소 가운데는 문화와 역사, 특성을 반영해 쉽게 기억할 만한 것들이 유난히 많다. 

    12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에서 새 주소가 확정된 건물은 8만7천500여개에 이른다. 이들 건물은 3천404개의 도로 구간에 배열된 순서대로 번호를 부여받았다.

    울산에 설치된 5천970개의 도로명판 중 울산을 빛낸 인물의 이름이나 호를 따서 업적을 기리는 이름이 눈에 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호를 딴 '아산로'가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현대차 수출 선적부두가 있는 해안을 사이에 두고 개설된 길이 4천490m, 폭 25m인 이 길은 지난 1996년 현대자동차가 326억원을 들여 완공해 시에 기부체납한 도로다.

    북구 송정동의 '박상진길'은 일제 암흑기에 대한광복회 초대 총사령이었던 고헌 박상진 의사(1884∼1921)의 생가로 진입하는 도로의 이름이다.

    북구의 명촌교에서 태화강을 따라 동천교 방향으로 이어지는 큰길은 박상진 의사의 호를 딴 '고헌로'다.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고헌로와 마주 보는 중구의 강변길은 '외솔큰길'이다. 외솔은 울산 중구에서 태어난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1894∼1970)의 호.

    중구 서동에는 일본강점기 때 한을 달래는 노래를 남긴 울산 출신 가수 고(故) 고복수 선생을 기리는 '고복수길'이 있다.

    울산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보여주는 이름도 있다.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있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를 보려면 '반구대안길'을 따라 들어가야 한다. 울주군 삼남면 일대에는 '반구대로'가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석유화학단지인 남구의 석유화학단지를 지나 처용설화의 발원지로 알려진 황성동 처용암 쪽으로 향하는 길은 '처용로'다.

    이 밖에 중구에는 울산시의 자매도시인 중국 지린성(吉林省) 창춘(長春)시의 이름을 사용한 '장춘로'가 있다. 반대로 창춘에는 '울산로'가 있다.

    도로명이 아닌 건물번호가 특색 있는 경우로는 울산지방경찰청이 대표적이다.

    중구 성안동에 위치한 울산청의 새 주소는 '성안로 112'로 긴급신고전화인 '112'를 연상하면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중구는 "정부가 지정한 기초간격인 20m마다 건물번호를 매기다 보니 울산청 부지에 성안로 시작지점에서 2천240m(20m×112) 떨어진 지점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왕이면 경찰을 대표하는 112번을 부여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의 지자체는 주민을 직접 방문해 새로운 도로명주소를 안내하는 작업을 오는 30일까지 마무리하고, 이의 접수ㆍ처리 절차를 거쳐 내년 3∼7월 새 주소를 고시한 뒤 2012년부터 본격 사용할 예정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