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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몇인데! 여든 셋이나 되는 노인이 어머니가 그립다고 하면 남들이 웃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인 걸 어찌합니까. 초가을이 되고, 내 생일이 다가오면 어머니의 그 품이 그리워지는 것이 팔십이 넘은 늙은이의 솔직한 고백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 것이 인생 팔십 삼세의 결산인가요.
나의 가까운 친구의 어머니는 올해 백세입니다. 거동은 못 하시고 벌써 일 년이나 병상에 누워계십니다. 요새는 요양병원에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데 내 친구는 계란찌개와 같은 부드러운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매일 같이 찾아갑니다. 다녀와서는 한숨 집니다.
그 친구는 모르지만 나는 그 친구를 부러워합니다. “내게도 어머님이 살아 계시다면, 비록 거동은 자유롭지 못하여 병상에 누워계셔도 찾아가 뵐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내가 하는 줄을 내 친구는 짐작도 못하겠지만 내 마음은 그렇습니다.
한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아들·딸이 그나마 ‘성공’해서 잘 모실 수 있게 되었을 때에는 세상을 떠나셨으니 이런 속상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무는 좀 조용하게 있고 싶어도 바람이 멎어주질 않고, 지녀는 어버이를 섬기고 싶어 하나 기다려주지 아니하신다.” 중국의 옛글인데 정말 가슴에 와 닿는 글입니다.
부모가 아직 살아계신 사람들, 돈 버는 일보다도, 출세하는 일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부모를 섬기는 일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속히 깨닫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