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두 거물 행보에 정치권 관심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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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친이(친이명박)계의 핵심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계파를 뛰어넘는 `교차 행보'에 부쩍 속도를 높여 눈길을 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1일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한 이후 같은 당 23일 친이 직계인 강승규, 김영우, 조해진 의원과 오찬을 함께 했다.
박 전 대표는 28일 친이계 재선 의원들과도 오찬 회동을 했으며, 전날에는 박준선, 이범래 의원 등 수도권의 친이계 초선 의원 5명과 만나는 등 친이계와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친박계에서는 이종혁 의원이 배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이 장관은 친박(친박근혜)계와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한때 구원 관계였던 김무성 원내대표와 극적으로 화해한 데 이어 지난 10일엔 김영선, 이혜훈, 구상찬 의원 등 수도권 친박 의원 3명을 시작으로, 이날 친박 의원들이 중심이 된 여의포럼과 오찬회동을 가졌다.
2007년 경선, 2008년 총선을 거치며 깊어진 계파간 갈등의 골을 메우려는 여권 지도자의 화합.소통 행보로 읽힌다. 2012년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계파화합이 급선무라는 암묵적 교감도 기저에 깔려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특유의 농담을 던져가며 단절됐던 관계를 허무는 데 주력하고 있고, 이 장관은 `90도 인사'로 상징되는 예의 낮은 자세로 친박과의 오해 불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여권의 중심축을 담당한 분들이 그동안 같은 당 의원들과 만나지 않았던 게 이상한 일"이라며 "이들의 교차 행보로 조금씩 정상적인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 이 장관이 유력한 차기 대권 예비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화합.소통 이상의 의미로 교차 행보를 해석하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극단적으로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득표 활동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2년도 채 남지 않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대권 프로그램의 시동을 건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지지율에 있어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후발 주자들의 추격세가 심상치 않고 잠룡간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서둘러 채비를 갖추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여권 내 차기 주자 중 2위 그룹을 형성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의 당 공식회의 참석 문제를 놓고 친박계 일부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의원들과 만남에 대해 "일상적인 일"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친박이라는 계파 벽을 허물고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장관은 `특임장관'으로서 정부와 국회의 가교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친박과의 잦은 만남을 대권 행보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
대신 이 장관이 범친이계의 중심에 서려는 포석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평소 이 장관이 `정치는 당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친이계의 중심인물인 이상득 의원이 정치 2선으로 물러나 있는 만큼 친이 진영 전반을 아우르는 동시에 친박과도 관계회복을 시도함으로써 여당 내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시각과도 맥이 닿아있다.
한편으론 오는 2012년 총선에서의 공천권 확보를 염두에 둔 소속 의원들의 `눈치보기'도 박 전 대표, 이 장관의 교차 행보에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박 전 대표와 이 장관 등의 공천권 행사 가능성을 의식, 의원들이 눈치를 보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하지만 다음 총선의 경우 특정 대선주자가 공천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