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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는 유럽인들에게 있어 일 년 중 가장 중요하나 일이 아닌가 싶다. 바캉스 철이 되면 이런 저런 문제로 머리가 아파진다. 행선지에 비용에 짐 꾸리는 일까지, 놀러가는 게 꼭 마음 편한 일만은 아니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개를 데려갈 수도, 두고 갈 수도 없는 게 제일 문제이다. 해마다 파리에는 바캉스를 떠나는 주인에게 버림 받은 개들이 넘쳐난다고 한다. 애완견이 한해살이 풀도 아닌데, 참 잔인한 일이다.
이런 고약하고 부끄러운 현실을 아주 귀여운 광고로 만들어낸 올해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이 있어 한 편 소개한다.
누군가 바캉스를 떠나며 버리고 간 걸까? 작고 귀여운 강아지가 길을 헤매고 있다. 마실 물이 없어서 길에 고인 물을 마시고, 찻길을 건너다 차에 치일 뻔 하기도 한다. 비가 오니 잘 곳이 없어 가판대 아래 작은 선반을 지붕 삼아 잠을 청한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사람들에게 애교를 떨어보지만 길 잃은 개를 선뜻 받아주는 사람은 없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보자니 공연히 가슴이 뭉클해진다. 배경음악 가사마저 ‘누가 와서 나랑 놀아줘(Somebody come and play)’이다.
그런데 잠시도 있지 않는 이 녀석, 움직임이나 하는 짓이 어느 모로 봐도 개인데 자세히 뜯어보면 개가 아니다. 가방, 헤어드라이어, 신발, 양말 같은 사람들의 물건이 귀여운 강아지 모양으로 ‘뛰어’ 다니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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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시트로앵 '개(le chien)'의 한 장면.
이때 다정해 보이는 여성이 나타나 같이 가자고 청한다. 좋아서 펄쩍펄쩍 뛰다 차에 올라타는 녀석, 여느 ‘진짜’ 강아지처럼 차에 폴짝 오르는데, 오르는 곳은 좌석이 아니라 ‘뒤 트렁크’! 역시 녀석은 여느 개가 아니었다. 이 녀석이 진짜 개이든 아니든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고 귀와 혀를 펄럭대는 모습은 진짜 강아지 못지않게 천진하다.
이 광고는 올해 칸 국제광고제 필름 부문 동상 수상과 동시에 뛰어난 애니메이션 표현으로 인해 필름 크래프트 부문 은상을 동시에 받은 작품.
꼭 바캉스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런 저런 이유로 자동차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트렁크가 필수적이다. 머피의 법칙에 의하면 여행할 때 꼭 필요한 물건은 아마도 ‘집에 두고 온’ 물건들 아닐까? 자동차로 바캉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강아지 돌보는 문제’와 ‘짐 꾸리는 문제’를 결합해 시트로엥의 ‘넓은 트렁크’에 대해 자연스레 알린 것이 이 광고의 포인트.

이 작품은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 페스티발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광고주: CITROËN / 대행사: C3 PICASSO, FRA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