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부족한 의혹에 휘둘린 수사…결국 '무혐의' 남다임은정·백해룡 정면충돌…합수단 내부 갈등 번진 논란대통령 수사지휘 이어진 의혹…법조계 "과도한 개입"압수수색 영장 불투명…백해룡 주장 신빙성 도마 위에
  • ▲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왼쪽), 백해룡 경정(오른쪽). ⓒ뉴데일리DB
    ▲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왼쪽), 백해룡 경정(오른쪽). ⓒ뉴데일리DB
    검·경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사실무근으로 판단한 가운데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백해룡 경정의 주장과 그를 신뢰했던 이재명 정부의 판단이 도마 위에 올랐다. 

    수사 지휘를 맡은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까지 공개적으로 "백 경정은 느낌과 추측을 사실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사건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던 의혹에 정부와 수사기관이 과도하게 휘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24.08.14. ⓒ이종현 기자
    ▲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24.08.14. ⓒ이종현 기자
    ◆ 임은정의 직설 "추측에 기댄 의혹…국가적 피해만 남겼다"

    임 지검장은 지난 9일 페이스북 글에서 "마약 밀수범들이 말레이시아어로 백 경정 등 경찰 앞에서 거짓말을 모의하는 장면이 영상에 찍혀 있었다"며 백 경정이 범죄자들의 오락가락한 진술에 기댄 채 의혹을 부풀렸다고 비판했다.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은 2023년 세관 공무원들이 필로폰 밀수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당시 대통령실이 덮기 위해 경찰·관세청 간부들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당초 세관 직원들은 2023년 1월 27일 말레이시아 마약 밀수범들과 공모해 약 24㎏의 필로폰을 세관 검색 없이 통과시킨 의혹을 받았다.

    이에 임 지검장은 "세관 연루 의혹의 증거는 일관성 없는 진술 뿐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허위 진술에 속아 수사 타깃이 밀수 조직이 아닌 세관 직원으로 바뀌었고, 이로 인해 세관 직원들은 2년 가까이 마약 수사에 전념하지 못했다. 국가적 피해가 컸다"고 강조했다.

    임 지검장은 서울동부지검 파견 직후 백 경정의 주장 중 여러 건이 사실과 달랐다고 밝혔다. "백 경정이 인천공항 실황 조사 영상에서 드러난 것처럼 반복되는 실수를 더는 하지 않도록 기록을 꼼꼼히 보겠다"고 했다. 사실상 백 경정을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 규정한 셈이다.
  • ▲ 백해룡 경정이 지난 7월 임은정 동부지검장과 비공개 면담을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백해룡 경정이 지난 7월 임은정 동부지검장과 비공개 면담을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합수단 "모두 무혐의"…백해룡은 즉각 반발

    합수단은 전날(9일) 인천공항 세관 직원 7명과 외압 의혹 관련자 8명 등 총 15명에 대해 전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수 가담 사실이 없고,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이었던 대통령실 개입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렸다.

    백 경정은 이에 즉각 반발했다. 그는 "검찰·관세청 등 6개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며 "말레이시아 마약조직과 세관의 연계 정황은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은 2023년 윤석열 정부 때 근거 부족으로 일단락된 바 있다. 사건 당일 세관 직원들이 연가 중이거나 출입 기록이 없어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권 교체 후 백 경정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내란 자금을 위해 마약 수입 독점 사업을 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합수단을 꾸리고 친여(親與) 성향으로 알려진 임은정 검사장에게 수사 지휘를 맡기며 사건에 정치적 무게를 실었다.
  • ▲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11.04.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11.04.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의 '수사지휘 논란'…법조계 "검증 안 된 의혹에 집안싸움"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근거가 부족한 의혹이 불필요한 내부 갈등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근거 없는 범죄 혐의로 내부에서 집안싸움이 벌어진 것"이라며 "임 지검장이 아무리 친이(親李)라 해도 양심상 수사할 수 없다는 점을 사실상 자백한 셈"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세관이 실제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고, 밀수범들의 진술 말고는 사실상 아무런 증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압수수색 영장은 범죄 소명이 낮은 단계에서 발부되는 것으로 기초수사용인데, 백 경정의 방식은 증거도 없는 '던지기식' 주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백해룡팀'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 여부는 합수단 소속 검찰이 최종 판단하게 된다. 합수단이 이미 대부분 의혹을 사실무근으로 결론낸 만큼 실제 영장 청구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청구는 법적 요건이 충족돼야 가능하며 검토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