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피해자 가족이 억울함을 하소연하며 포털 '네이트'에 올린 글과 부산 사상경찰서의 해명자료 ⓒ 뉴데일리
    ▲ 피해자 가족이 억울함을 하소연하며 포털 '네이트'에 올린 글과 부산 사상경찰서의 해명자료 ⓒ 뉴데일리

    부산도끼사건 피해자 보복 두려워 해

    늑장출동과 사건축소은폐 의혹 등으로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킨, 일명 ‘부산도끼사건(피해자가 올린 원본 http://pann.nate.com/b202361213)’ 을 알게 된 국민들의 분노와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우려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현재 피해자 가족 중 여동생(15)은 부산해바라기 여성아동보호센터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신적 충격이 큰 상태로 일상생활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센터 측은 밝혔다. 피해가족 중 아버지는 공사용 망치에 맞은 코와 얼굴 등을 재건하는 수술을 받은 후 치료 중이지만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가족들 모두 생업에 종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피해자 가족의 정신적 충격과 물질적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산도끼사건’의 실체를 밝힌 아들과 딸의 글을 본 네티즌들이 2000만 원을 모금해 지원센터를 통해 전달하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 이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피해자 가족의 글에 따르면 가해자 조 某(41) 씨는 마약 공급책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신의 친척이 부산지검에 근무하고 있으며 과거에도 경찰에 체포됐었는데 금방 풀려났다며, 자기가 아는 조직폭력배들이 많으니 각오하라는 식으로 피해자 가족들을 협박했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피해 가족의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 정체불명의 전화가 걸려오기도 해 피해 가족들은 보복의 두려움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가족들은 주장했다. 

    범죄 피해자보호의 제도적 한계 
    그렇다면 잔인한 범죄자로부터 피해를 입은 이들 가족이 정부나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있기는 하나 정부 차원의 통일된 지원기준이 없고, 피해자 지원에 필요한 기관이나 기금 규모가 턱없이 부족해 많은 범죄 피해자들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부산도끼사건’과 같은 범죄의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범죄피해자구조법’은 1987년 11월 28일 제정돼 계속 시행 중이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범죄의 충격과 기억으로부터 풀려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 탓에 새로운 법률이 만들어 졌다. ‘범죄피해자보호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이번 ‘부산도끼사건’으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 산하 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범죄자로부터 피해를 입었을 경우 사망하면 3000만 원,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경우 장애등급 심사 후 1~6등급의 장애 판정을 받으면 정해진 금액을 일시불로 지급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실제 해당 법률 조문에는 ▲유족 구조금은 피해자 사망 당시의 월급이나 월 실수입 또는 평균 임금에 18개월 이상 36개월 이하의 범위에서 유족 수와 연령, 생계유지상황 등을 고려해 산출된 금액에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지급하고 ▲장해 구조금과 중상해 구조금은 피해자가 신체에 손상을 입은 당시의 월급이나 월 실수입 또는 평균임금에 2개월 이상 36개월 이하의 범위에서 유족 수와 연령, 생계유지상황 등을 고려해 산출된 금액에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지급하게 되어 있어 그나마 범죄 피해의 충격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절차를 보면 범죄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지원하기에는 쉽지 않으며, 그 지원액 또한 턱없이 작다. 

    이 법률에 따르면 피해자의 월수입에 대한 기준은 세무서장이나 지자체장, 또는 피해자가 근무한 업체 대표의 증명,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신력 있는 증명’이 있어야 한다. 여기다 피해자의 월수입이 ‘평균 임금’의 두 배를 넘을 경우, 즉 세 배 이상이 된다 해도 지급액은 두 배까지가 한계다.
    여기다 법률에 따라 설치된 구조금을 받으려면 먼저 경찰에서 신고가 접수돼 수사를 마쳐야 하고, 이후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다음에는 피해자 담당 검사가 피해자 구조를 위한 신청을 해야 한다. 상해를 입은 피해자는 장애등급 판정을 받아야 한다(장애등급 1~6등급에 따라 지원액이 결정된다).
    하지만 이번 ‘부산도끼사건’과 같은 일을 당한 가족들은 이런 절차들을 스스로 처리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들은 급한 마음에 법무부 산하 또는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범죄피해자구조센터’를 찾는다.

    지자체 따라 달라지는 범죄피해자 지원액
    법무부 산하 기관 또는 비영리법인인 ‘범죄피해자구조센터(이하 구조센터)’는 지자체마다 설치돼 피해자들에게 의료, 법률,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센터의 예산이 지자체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점.
    현재 부산에는 이런 구조센터가 2군데 있다. 이번 ‘부산도끼사건’의 지원을 맡은 구조센터 ‘햇살’의 연간 예산은 3400만 원 가량. 다른 한 구조센터의 연간 예산도 1500만 원 내외로 부산 내 구조센터에 배정된 예산은 합쳐서 연간 5000만 원이 채 안 된다. 반면 서울에 있는 다섯 군데의 구조센터는 연간 예산이 각각 1억2000만 원 정도, 인천에 있는 구조센터 예산은 연간 1억8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반면 구조센터 ‘햇살’이 2009년 상담한 범죄 피해건수는 586건, 이 중 실제 피해자를 지원한 건수는 28건에 달한다. 만약 연간 예산을 지원건수로 나누면 건 당 120여만 원(물론 각 건 별로 지원액은 모두 다르다)에 불과하다. 이번 ‘부산도끼사건’의 피해 가족 중 아버지가 얼굴을 120바늘 꿰매고 코 재건 수술과 두개골 함몰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과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구조센터 ‘햇살’ 관계자는 올해 8월부터 ‘범죄피해자구조법’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피해자들을 충분히 도울 수 있는 기금 설치, 지원방식과 의료기관·법률기관과의 연계 등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었다. ‘햇살’ 관계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범죄 피해자들에 비해 지원할 수 있는 가용자원은 턱 없이 모자란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구조센터’에 예산을 지원하는 부산시 관계자는 “구조센터 지원액은 아무래도 시 재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만 “이번 ‘부산도끼사건’으로 사회여론이 환기됐으니 향후 지원액은 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범죄자의 보복에 떠는 피해 가족
    이처럼 ‘부산도끼사건’ 피해 가족들에 대한 금전적 지원도 쉽지 않지만 더욱 문제인 게 바로 가해자의 보복 범죄 우려다.
    지금까지 언론에서는 거의 보도하지 않았지만 피해자에 따르면 범인인 조 씨는 자신이 부산 지역 검찰, 조직폭력배와 연계돼 있다고 주장하며 가족들을 공공연히 협박하고 있다고 한다. 만에 하나 조 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피해 가족은 피해자가 된 것만도 억울한데 그의 보복을 피해 도피생활까지 해야 한다.
    이런 피해 가족의 우려는 ‘기우(杞憂)’가 아니다. 형법 상 보복범죄는 가중처벌을 받게 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보복 범죄 규모는 상당하다. 실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보복범죄’는 모두 1만5천486건. 그 중 1만2천520건이 피해자와 범인 간에 일어난 범죄였다. 이 중 폭행이 2천167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살인도 110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지난 2009년 11월 25일 대검찰청이 미국식 증인보호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는 했으나 시행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검이 밝힌 프로그램은 증인 보호를 위한 것이지 피해자를 보호하는 건 아니다. 때문에 ‘부산 도끼 사건’의 피해 가족은 앞으로 정신적·경제적 고통에다 보복의 두려움까지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생활할 수밖에 없어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