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2일 새벽 서울 강남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를 낸 뒤 자신의 승용차를 버리고 달아났던 권상우가 40일 만에 국내 팬들에게 공식 사과 입장을 전달했다.

    물론 자신의 직접적인 발언이 아닌 편지글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은 남지만 '친필'로 사과문을 작성, 지난 달의 잘못을 통렬히 뉘우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공개한 것은 권상우의 사고 소식에 안타까움과 궁금한 마음이 교차됐던 팬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위로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권상우가 사건이 발생한지 한달을 훌쩍 넘긴 시점에 이같은 사과문을 팬클럽 게시판에 게재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진정성이 결여됐다"며 맹비난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자신에 대한 세간의 '비난 수위'가 수그러들기만을 기다리다, 26일로 예정된 드라마 '대물' 촬영 날짜가 임박해 오자 어쩔수 없이 팬들에게 사과문 공지를 띄운 것이라는 것.

  • ▲ 배우 권상우   ⓒ 뉴데일리
    ▲ 배우 권상우   ⓒ 뉴데일리

    ◆사건 발생 한달 뒤, 사과문 발표 '눈총' = 실제로 권상우와 팬클럽 측은 21일 오후 팬클럽 '천상우상'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린 뒤 권상우의 입장 표명 시기가 늦은 것에 대해 "진심이 외면된 채 네티즌들의 단순한 공격 대상이 될까 우려 돼 편지 공개를 망설였다"며 그동안 네티즌과 여론의 반응을 고려, 사과문 발표 시점을 저울질 해 왔음을 실토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다른 곳에 있었다. 권상우가 국내 팬들에게 사과 표명을 하기에 앞서 이미 지난달 권상우의 일본 홈페이지에는 두 차례나 사과문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팬들과 언론의 지탄을 받게 된 것.

    21일 '천상우상' 홈페이지에 게재된 친필 사과문도 작성 시기는 16일자로 돼 있었다. ▲일본 팬들에게 먼저 사과 표명을 한 뒤 뒤늦게 국내 팬들에게 사죄를 구한 점, ▲16일 작성한 편지를 닷새가 지난 21일 공개한 점에 대해 소속사 측은 "고민을 하던 중 시기를 놓쳐 곧바로 공개하지 못했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한 달이나 지난 시점에 국내 팬들에게 용서를 구한 점도 문제지만, 사건이 국내 언론에 의해 대대적으로 보도된 직후 권상우의 일본 팬 홈페이지 '미스터 티어스(Mr. Tears)'에 소속사 사과문이 올라왔다는 것은 권상우의 소속사가 일본 팬과 국내 팬을 마치 차별대우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풍기고 있다.

    권상우는 지난달 12일 새벽 서울 강남 모처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다 주차된 차량과 경찰차를 연달아 들이받고 도주하는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다. 그러나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24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직후다. 당시 '뉴스데스크'는 권상우가 중앙선을 넘어 불법 좌회전을 하다 경찰 추격을 받자 주차된 승용차와 순찰차를 들이받은 뒤 차를 버리고 도주했다는 소식을 자세히 전한 뒤, 권상우가 그날 현장에서 갑자기 좌회전을 시도한 점과 차를 버리고 달아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일본 팬들에겐 두 차례나 사과문 띄워 = 권상우의 소속사가 일본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린 것은 '뉴스데스크' 보도가 나온 바로 이튿날이다. 권상우의 소속사는 첫 번째 사과문을 통해 8월 5일 열릴 예정인 생일 파티가 변동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한국에서 보도된 차량 사고에 대한 사과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어 29일에도 소속사는 "팬클럽 회원 분들께 큰 걱정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권상우 본인은 여러분에게 막대한 폐를 끼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진심어린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 등을 통해 "죄는 한국에서 짓고 일본에 싹싹빌고 있는 꼴"이라며 "일본에 먼저 사과문을 게재한 것은 한국 팬들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는 강도높은 비난을 가하고 있다.

    사실 일본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권상우는 국내 팬 못지않게 한류팬들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더욱이 '열혈' 한류팬들이 운집하는 팬미팅 겸 생일파티가 8월 초 연달아 잡혀있었던 권상우로선 무엇보다 일본팬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작드라마 '대물' 출연 역시 목전에 두고 있는 권상우가 국내 팬이 아닌 일본에 먼저 읍소 전략을 편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보여진다.

    ◆매니저 '거짓자백' 시도 대체 왜? = 지금껏 내보인 권상우의 행적을 살펴보면 자신의 소신이나 뚜렷한 계획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주위의 시선이나 여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어 한류스타답지 않은 우유부단함마저 엿보인다.

    12일 새벽 차량 추돌사고를 내고 달아난 권상우는 즉시로 해당 파출소에 가서 신고하지 않고 자신의 매니저를 파출소에 보내는 실수를 저질렀다. 게다가 이 매니저는 초기 경찰 진술에서 자신이 차량을 몰다 사고를 낸 것이라는 '거짓 자백'을 하다 경찰의 추궁에 다시금 (자신의)발언을 정정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 ▲ 21일 공개된 권상우의 사과문 전문.
    ▲ 21일 공개된 권상우의 사과문 전문.

    권상우 본인이 사고를 일으키고 차량을 버린 채 달아난 뒤 차량에 있던 매니저의 명함을 발견한 경찰이 전화를 걸어왔다면 권상우가 직접 파출소를 찾아가는 것이 당연한 순리였다. 그러나 매니저가 대신 출두함으로써 오해가 불거졌고 권상우 측에서 혐의를 회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우를 범하게 됐다. 더욱이 권상우는 이틀 뒤 경찰에 출석, 음주 여부를 판단할 수 없게끔 만들어 논란을 가중시켰다.

    ◆초동수사 게을리…경찰관 2명 '철퇴' = 당시 매니저의 소재를 파악한 파출소 경찰 역시 권상우에게 곧바로 출석 요구를 할 수 있었으나 이틀 뒤에 자진 출두하겠다는 권상우의 제안을 곧이곧대로 수용,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서울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은 "'권상우 뺑소니 사건'을 담당한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이 당시 음주운전 가능성이 제기됐던 권상우를 제대로 추적하지 못하는 등 근무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돼 감봉이나 견책 등의 경징계를 지시했다"고 19일 밝혔다.

    청문감사담당관실은 "감찰 결과 이들에게서 권상우로부터 대가를 받은 흔적은 없었다"며 경징계 처분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25일 발표한 보도자료, 사과문 아닌 해명글 = 12일 교통사고를 낸 뒤 열흘 남짓 침묵을 지키던 권상우는 24일 국내 언론에 의해 사건이 재점화되자 이튿날 일본 홈페이지에 해명 및 사과문을 올리는 기민함을 보였다. 그러나 국내 팬들과 언론에 대해선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물론 '뉴스데스크' 보도 직후 소속사는 "빗길에 미끄러져 주차된 차량을 추돌했고, 사고 조치를 하려 차량을 후진하다 뒤에 있던 순찰차량과 재차 추돌했다"며 "운전 미숙으로 인한 과실로 사고를 냈을 뿐 음주는 하지 않았다. 현장을 이탈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내용의 해명글을 25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그러나 여기엔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해명만 있을 뿐 팬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같은날 일본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사흘 뒤 29일 권상우가 절절한 사과문을 일본 팬들에게 올릴 당시에도 국내 팬들에겐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권상우의 소속사 측은 "일본 홈페이지에 올려진 글은 25일 소속사가 발표한 입장 전문에 일본 소속사 측이 일부 공지 글을 덧붙인 것일 뿐 사과문을 먼저 게재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과문은 국내가 아닌 일본에 먼저 알려진 셈이 됐다.

    ◆'주위 시선' 의식한 행보, 스타답지 못해 = 한번 타이밍을 놓친 권상우는 뒤이어 연달아 터진 '대형 사고'들로 인해 더더욱 국내 팬들에게 사과를 할 기회를 놓치게 됐다.

    ▲6월 30일 박용하 자살, ▲7월 6일 김미화 블랙리스트 발언, ▲7월 8일 최철호 여성 폭행사건 등 굵직한 이슈들이 잇따라 발생하며 권상우의 뺑소니 사건은 점차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갔다. 그에 따라 권상우 역시 자연스레 '사과 표명' 시기를 차일피일 뒤로 미루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19일 강남경찰서에 대한 서울경찰청의 '내부 감찰' 결과가 공개되고, 드라마 촬영 시기가 다가오자 권상우는 아껴두었던 사과문을 팬클럽 게시판에 올렸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여론의 반응에 따라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는 최철호의 선례를 권상우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스타를 바라보는 팬들의 냉대는 '불신'이라는 또 다른 단어로 풀이된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시원스러운 모습처럼 권상우가 일상 속에서도 솔직하고 선굵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