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를 위해 일하신 저희 아버지... 하지만 그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았어요”
홍모(76)씨는 7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납북자희생자 기억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바로 그녀의 아버지가 1950년 6.25전쟁 당시 북한으로 납치된 납북자이기 때문이다.그녀는 지금으로부터 꼭 60년 전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갔다. 홍씨는 “저희 아버지가 당시 친일파 척결을 위해 일하셨던 분이예요”라며 아버지를 회상했다. ‘아버지’라는 세 글자에 그녀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그녀의 아버지는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나라 일을 하시던 분이었다. 홍 씨는 “이렇게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하셨던 저희 아버지에게 누구하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어요”라며 지난 60년간의 고통을 눈물로 대신했다.
이어 “정말 소외된 계층이 무엇인지 절실히 느꼈어요. 대한민국은 우리의 고통을 외면했었죠”라며 지난날의 설움을 토로했다.
특히 그녀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월북자는 있어도 납북자는 없다”라고 했던 말은 아직도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며 울먹였다. 정부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납북자에 대한 국민들의 잘못된 시선이 더욱 힘들었다”며 억울함을 전했다.
이에 납북자 가족들은 지난 2000년 모임을 결성해 10년간 납북자 바로 알리기 활동을 하고 있다. 홍씨는 “그동안 납북길 따라걷기, 납북자 알리기 등의 활동을 해왔지만, 이것은 저희들만의 행사에 불과했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물론 지금도 늦었다. 하지만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정부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납북희생자를 우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함께 기억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직 아버지의 생사조차 모른다. 1960년, 그녀의 아버지가 탄광촌과 목장에서 일을 했다는 소식을 끝으로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 씨는 “지금 100세가 넘으셨으니 돌아가셨을꺼예요”라며 “아버지의 고통을 역사가 기억해주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납북희생자들에게 헌화를 하고, 탈북한 전시납북자의 증언을 듣는 등 엄숙하고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