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 후계자 곽민정 끌어안아

    김연아의 소속사 올댓스포츠는 "지난 2월 밴쿠버동계올림픽 여자싱글에서 13위를 차지한 곽민정(16·수리고)과 4년간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고 밝히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10일 전했다.

    올댓스포츠 관계자는 "곽민정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김연아와 함께 총체적인 매니지먼트를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김연아와 함께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는 곽민정은 10일 오전 전지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로 출국한 상태다.

  • ▲ 곽민정 선수의 깜찍한 연기 모습.  ⓒ 김상엽 기자 
    ▲ 곽민정 선수의 깜찍한 연기 모습.  ⓒ 김상엽 기자 

    사실 평소부터 김연아를 가장 존경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곽민정은 올림픽 폐막 이후 김연아와 삼성하우젠 CF에 동반 캐스팅되는 등 훈련 외 여가 시간에도 함께 있는 시간이 잦아지면서 올댓스포츠에 둥지를 틀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왔다.

    트리플 5종 점프를 소화하는 국내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명인 곽민정은 2006년 전국체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2008년 주니어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국제 무대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전국남녀피겨랭킹대회 여자 싱글 부문에서 1위를 차지, 올림픽 출전의 영광을 안은 곽민정은 어린 나이에도 침착하게 연기를 펼치며 당당히 13위에 랭크 돼 기량이나 성장 가능성 면에서 '차세대 김연아'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독한 연습벌레에 치아교정기를 낀 모습까지 김연아 선수와 판박이라는 게 주위의 평가다.

    출국 전 "김연아 언니와 함께 매니지먼트를 받게 돼 영광"이라며 "앞으로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을 밝힌 곽민정은 4년 뒤 열리는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최종 목표라고.

  • ▲ 어머니 박미희씨와 함께 올댓스포츠를 차리며 '독립선언'을 한 김연아.  ⓒ 김상엽 기자 
    ▲ 어머니 박미희씨와 함께 올댓스포츠를 차리며 '독립선언'을 한 김연아.  ⓒ 김상엽 기자 

    계약 만료 선수들 영입 대상?

    스포츠계 관계자들은 차세대 유망주 곽민정을 영입한 올댓스포츠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피겨 스케이팅뿐 아니라 잠재력 있는 타 종목의 스포츠 선수와도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겠다는 계획을 밝힌 올댓스포츠는 현재 국내 스포츠 매니지먼트·마케팅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IB스포츠의 아성에 도전할 태세다.

    2005년부터 스포츠 방영권 시장 진출에 이어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스타들을 영입, 체계적인 매니지먼트를 해 온 IB스포츠는 스포츠스타 마케팅이 전무하던 시절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문 영역을 구축해 온 선두주자다. 축구스타 기성용·정대세, 종합격투기 추성훈·김동훈, 쇼트트랙 안현수, 스피드스케이팅 이강석 선수 등 여러 종목의 선수들을 거느리며 수년간 스포츠계에서 막강한 지위를 누려오고 있다.

    특히 2007년 김연아와 계약을 맺은 뒤로 선수의 기량이 급성장, 국제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게 됨에 따라 IB스포츠의 역량과 수입 역시 상당 부문 늘어나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김연아와 수익 배분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는가 하면 홈페이지나 악성 동영상 유포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결국 김연아 선수와의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김연아와의 결별은 회사 전체 매출의 10%를 김연아가 차지하고 있었다는 산술적인 문제를 떠나 IB스포츠의 상징적인 존재였다는 점에서 회사로선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김연아 선수가 독립적인 매니지먼트사를 차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IB스포츠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요동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시장 역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 올댓스포츠가 '1인 기업'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스포츠마케팅·매니지먼트 회사로 거듭날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김상엽 기자
    ▲ 올댓스포츠가 '1인 기업'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스포츠마케팅·매니지먼트 회사로 거듭날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김상엽 기자

    김연아 '1인 기업'에 그칠수도

    물론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스포츠스타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IB스포츠가 김연아 선수 한 명의 이탈로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소속 선수들이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올댓스포츠의 공격적인 행보는 선발 업체인 IB스포츠가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일각에선 올댓스포츠에 대해 장미빛 전망으로 일관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한다. 스포츠 마케팅이나 매니지먼트 경험이 전무한 올댓스포츠 경영진이 과연 열악한 국내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느냐하는 점도 관심거리다.

    수백억대의 시장 가치를 지닌 김연아 개인의 경우만 한정한다면 종전처럼 75:25 배분이 아닌 수익전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률의 상승은 당연히 예상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국내외를 오가는 수퍼스타 김연아의 활동을 전문적이고도 체계적인 관리로 뒷받침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면에서 올댓스포츠가 초기에 겪게 될 난항도 적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더욱이 김연아의 전 소속사 IB스포츠가 법적 공방을 염두한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따라서 올댓스포츠가 김연아 선수만을 위한 '1인 기업' 성격이 짙은 만큼 기존 IB스포츠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하기 보다는 안정적인 경영을 고수, 시장을 크게 교란하거나 선수간 영입 문제로 업계를 뒤흔들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