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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의 큰 별이 졌다.
50~6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백설희가 고혈압에 따른 합병증 악화로 5일 새벽 세상을 등진 것. 고인이 가요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생전 업적도 상당했지만 남편 황해(2005년 작고), 아들 전영록, 손녀 전보람 등 3대에 걸쳐 연예인 가업을 잇고 있는 대표적인 연예인 집안 출신이라는 점에서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은 온통 거물급 연예인들로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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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영록은 5일 오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어머님이 다행히 편안하게 돌아가셨다"고 말한 뒤 "지금은 많이 안정이 됐지만 입관을 할 때는 많이 울 것 같다"고 말했다. ⓒ 김상엽 기자
이날 가장 먼저 빈소에 도착해 고인의 넋을 위로한 연예인은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 작곡가 故 현인의 미망인 김미정씨에 따르면 고인과 생전 가장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던 이미자는 고인의 죽음에 심적 충격을 받은 듯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조의를 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뒤를 이어 '신토불이' 배일호도 모습을 비쳤다. "꾀꼬리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녔던 분"이라고 고인을 추켜세운 배일호는 "항상 후배들을 챙겨주시고 배려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이렇게 가시다니 참으로 안타깝다"며 "편안한 곳에서 가족들과 후배들을 지켜봐 주시길 빌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자연, 정훈희, 이은하, 유리상자의 박승화 등 많은 후배가수들이 조문, 애도의 뜻을 표했다. 특히 '아빠의 청춘', '고향무정'등을 부른 원로가수 오기택은 다리를 저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서울아산병원 빈소를 찾아 주위를 숙연케 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친 가수 편승엽은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후배 가수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셨던 분"이라며 "더 건강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가시게 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하늘나라에서는 부디 아프지 마시고 편안하게 잘 계시길 빌겠다"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위로했다.
늦은 시간까지 유가족을 위로하고 돌아간 가수 인순이는 "이제 가요계에도 대선배님들이 몇 남지 않으셨다"면서 "오늘 후배들이 많이 보이진 않았는데 혹시 이 뉴스를 보고 있다면 잘 모르더라도 부디 많이들 와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분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보며 잘 가시라고 애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가수는 아니지만 중견배우 장항선도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장항선은 "아버님(황해)과는 연기자 후배로서 제가 인사를 드리는 것"이라며 "전영록씨도 내가 하는 가게도 들러주고 나 역시 부산 해운대 카페에 찾아간 적도 있는 만큼 전영록과 돈독한 사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인을 생전 만나뵌 적도 없지만 사회에 계실 때 부귀영화도 누리셨고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이제는 평안한 영면에 들어가시길 바라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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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일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방문한 독고영재는 "어릴 적 아버지(독고성)와의 친분으로 백설희 선생님이 집에 자주 놀러오시곤 했다"며 "당시엔 스스럼 없이 어머님이라 부를 정도로 각별했었다"고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 김상엽 기자
연예인 2세들의 방문도 줄을 이었다.
탤런트 박준규, 조형기, 독고영재 등 '스타 2세'로 유명한 배우들이 잇달아 조문행렬에 동참, 같은 연예인 2세인 전영록 가족을 위로했다.
이들 4명의 아버지는 모두 같은 시기에 활동하던 명배우들로 전영록의 부친은 황해, 박준규의 부친은 박노식, 조형기와 독고영재는 각각 조항과 독고성의 아들로 유명하다.
할머니를 잃은 멤버 전보람을 위로하기 위해 걸그룹 티아라 멤버(은정·지연·효민·큐리·보람·소연)들도 빈소를 찾았다.
5일 오후 늦게 장례식장을 방문한 이들은 "멤버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보람 언니의 할머니라면 우리 모두의 할머니나 마찬가지"라며 유가족을 위로하는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리더인 은정은 "보람 언니에게 힘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언니의 할머니께서 부디 하늘나라에서도 티아라를 지켜봐 주시고 사랑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25호실에 마련됐으며, 7일 발인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