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초등학교 교과서와 외교청서 등을 통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고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한데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다.

    특히 취임 후 한국을 먼저 방문하면서 한일 양국관계가 돈독함을 강조하며 ‘한류’에 큰 관심을 보이던 하토야마 총리였기에 우리 국민의 충격이 더욱 크다. 그간 정부와 언론에서도 일본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등 호평을 쏟아냈다.

  • ▲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지난 2009년 10월9일 청와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지난 2009년 10월9일 청와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분위기 속에 하토야마 총리가 우리 정부의 뒤통수를 친 배경에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자신을 비롯해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의 정치자금 문제는 일본 민주당으로선 큰 타격이었다.

    이에 더해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로 내각 지지율은 급락했다. 현재 하토야마 총리는 후텐마 비행장을 오키나와현 외부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나, 미국은 지난 2006년 합의대로 오키나와현 내 다른 지역으로 비행장이 이전돼야한다고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당초 오키나와 주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오키나와 주민도, 미국도 하토야마 정부에 등을 돌리는 결과로 흐르는 양상이다.

    지난 5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발표한 4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토야마 내각 지지율은 33%로 급락했다. 전달 대비 8%p나 떨어진 수치다. 특히 응답자 가운데 49%는 하토야마 총리가 스스로 약속한 기한인 오는 5월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안을 찾던 하토야마 총리가 결국 보수표를 모으기 위한 방안으로 독도 문제를 꺼내든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흐르는 것이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참의원 의석(정수 242명)의 절반을 바꾸는 하토야마 내각의 명운이 걸린 선거다.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은 단독 과반수를 확보, 사민당이나 국민신당 같은 연립여당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국회 운영을 하겠다는 것인데 엉뚱하게 한국이 선거의 볼모가 된 형국이다.

    일본이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까지 가져가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실제 독도 영유권을 빼앗아 갈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은 국내 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드물다. 되려 한국의 반일감정만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합방 100년이 되는 해에 그것도 독도영유권 주장 같은 초강수를 꺼내든 것은 그만큼 민주당이 선거가 다급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지만, 일본 국민들도 이런 포퓰리즘성 대책에 대한 경계의 시각이 있다.

    평화주의, 국제 협조주의의 실천을 강조한 하토야마 총리의 ‘우애론’은 일본 뿐 아니라 한국인들도 많은 감동을 받고 찬사를 보냈다. “정조처럼 정치하겠다”던 하토야마 총리의 초심과 같은 현명한 선택을, 우리 국민은 늦게나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