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5만 달러 수수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9일 무죄를 선고하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총리는 민주당에서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야권이 후보단일화를 이룰 경우 한나라당에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특히나 1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그간 야권에서는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정권의 ‘표적사정’이었다는 비판을 가해온 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이 선거의 한축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원의 선고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당에 강한 역풍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한나라당은 “판결의 결론과는 달리 이번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부도덕한 실체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논평한 반면 민주당은 “당연한 결과로, 이성을 잃은 검찰의 수사가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들 반응 온도차

    이번 재판 결과를 가장 민감하게 지켜봐 온 한나라당과 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은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돌입하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우선은 한 전 총리에 맞설 대항마로 자신들이 가장 적합한 후보라는 점을 피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도덕성을 집중 타겟으로 잡을 가능성이 높다. 당의 한 선거대책 실무자는 “한 전 총리의 도덕성은 문제가 있다고 이미 드러났다”면서 “이를 부각시키고 후보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피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판결에 대한 서울시장 후보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우선 오세훈 서울시장 측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재판 결과는 재판 결과일 뿐”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반면 원희룡 의원 측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부도덕한 부분까지 면죄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따라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후보자의 도덕성과 흠결을 판단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원희룡 후보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법률적으로는 무죄이지만 도덕적으로는 유죄이기 때문에 서울시장 후보로서는 부적합하다고 본다”며 “민주당에서도 아마 다시 후보를 검토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충환 의원은 “지금 무죄가 나왔으니까 준비 잘해서 페어플레이 한 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한명숙 후보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자신 있다. 서울시민이 키운 풀뿌리 정치인이냐, 중앙정치인이냐를 시민들이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