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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법원이 1심에서 무죄판결을 내리면서 오는 6월지방선거 판세가 요동칠 전망이다. 일단 여야의 반응은 확연히 엇갈렸다. 여당은 한 전 총리의 도덕성을 문제 삼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고, 야당은 안도와 함께 이번 결과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야당은 검찰의 수사를 '무리한 행보'로 몰고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 표 결집을 꾀하겠다는 태세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9일 논평에서 "혐의가 있어도 명백한 물적 증거가 없으면 입증하기 어려운 뇌물죄 재판의 특징이 이번 판결에서도 그대로 재연된 것 같다"면서 "판결의 결론과는 달리 이번 사건의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부도덕한 실체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유력한 후보를 흠집내려는 검찰의 정치공작이 법원을 통해 심판 받았다"며 "한 전 총리 재판결과는 사필귀정으로 결국 진실은 승리했다"고 환영했다. 노 대변인은 또 "검찰은 시종일관 피의사실을 흘리는 등 정치적 의도를 드러냈다"며 "검찰권의 행사가 더 이상 정치보복에 이용돼선 안 될 것"이라며 검찰을 압박했다.
군소정당인 민주노동당도 "한 전 총리 무죄 판결은 예견된 결과"라며 "오늘 무죄판결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으로 이성을 읽은 검찰의 정치수사 행태에 대한 경고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노당 이상규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사법부는 법과 양심에 따른 상식적 판결을 통해 공작수사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한 전 총리를 옹호했고, 진보신당도 "애초 정치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의해 추진된 재판인 만큼 무죄판결은 상식적 결정"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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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달 24일 오전 속행공판에 출두하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나섰던 모습 ⓒ 연합뉴스
◇족쇄풀린 한명숙 서울시장 선거출마 날개다나?
이번 판결로 민주당과 한 전 총리 측 모두 한 숨을 돌리게 됐다. 민주당의 경우 '서울시장 선거는 한명숙만 바라본다'는 일각의 지적이 일 정도로 이렇다 할 선거전략없던 상황에서 이번 재판결과에 고무된 분위기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재판 직후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명숙 죽이기가 다시 시작됐다. 너무나 사악하고 치졸한 권력"이라고 비난한 뒤 "다시는 나처럼 억울하게 정치공작을 당하는 일이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재판과정을 지켜보며 정치검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정치검찰 개혁에 매진하겠다"며 "정치검찰이 또 다시 공작을 시작했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기세를 몰아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 비판을 가하며 '정치 탄압'과 '표적수사'로 몰고 간다는 계획이다. 전날 이뤄진 검찰의 별건수사(건설업체로부터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했던 민주당은 이번 판결에 힘 입어 '검찰 개혁 카드'로 정면 돌파할 의사를 밝혔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너무 정치적으로 진행되면서 검찰의 기소권 남용,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해, 한 전 총리를 '제2의 노무현'으로 연관지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비록 1심 결과이지만 검찰의 수사를 '무리한 기소'로 몰고가 6월 지방선거에서 '정권심판론'과 함께 이로 인한 야권표 결집을 꾀하겠다는 계산이다. 앞서 민주당은 한 전 총리 재판결과를 앞두고 검찰을 향해 '정권 앞잡이' '정치보복' 등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강하게 불만을 표한 바 있다. 여기에 한 전 총리 재판결과가 난항을 겪고 있는 야권연대 협상에 숨통을 트이게 할 지도 주목을 끌고 있다.
한 전 총리는 10일 동교동과 김해 봉하마을 방문을 시작으로 사실상 선거운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한 전 총리는 한동안 외부활동보다 내부 활동에 치중한 뒤 오는 20일쯤 출마선언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