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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생존자들이 사고발생 13일 만에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환자복을 입고 회견장에 나타난 장병들의 표정은 침통하였습니다. 침몰한 군함에서 아직 구조되지 못한 전우들을 생각하면 구조된 자신들이 죄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다시 젊음의 활기와 웃음을 되찾으려면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그들은 기자회견 장소에 나오기 전에 상관으로부터 ‘말조심’하라는 단단한 부탁을 받은 것이 역력하였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각자가 자신의 느낀 바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남북관계에 중대한 차질이 생길 뿐 아니라, 전쟁 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국민의 결론이 내려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살아서 돌아온 장병들의 증언이, ‘쿵’ ‘쾅’ 1초 2초 간격으로 두 번 폭음이 난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어뢰 또는 기뢰에 의한 버블제트라는 결론이 불가피하게 되는 데 가장 중대한 문제는, 누가 그 짓을 하였겠느냐를 밝히는 일이 되겠습니다.
발이 저린 도둑은 비교적 양심적입니다. 이런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살인강도는 ‘양심’의 ‘양’자가 ‘불량 양’자이기 때문에 죽어도 그런 사실을 시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에는 우리는 또 어떻게 하지요. 갈수록 태산입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 마음대로 하지 말고 중국 뜻대로 하지 말고 오직 한국이 주도권을 장악하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민족 자결의 대원칙이 실천에 옮겨지는 새 날이 어서 밝아오기를 고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