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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에서 귀환한 57명의 장병을 지켜보던 국민은 마음이 아팠다. 7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두시간 동안 계속된 기자회견에서 그들은 가족같은 전우들을 전장에 두고 와야했던 악몽같은 순간을 복기했다. 그들을 노려보는 TV카메라, 그들의 눈물 앞에 터지는 플래시, 그리고 일부 기자들의 취조성 질문은 잔인했다.
장병들은 내내 굳은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차분함과 냉정함을 잃지 않고 취재진의 물음에 서로를 도와가며 성실히 답했다. 갓 스물이 넘었을 한 장병은 사고 당시 동료의 옷차림을 설명하다 목이 메어 고개를 떨궜고, 잘 버텨내던 최원일 함장은 회견이 끝나고서야 비로소 부하들을 잃은 아픔의 눈물을 쏟았다.
특히 그들에게 환자복을 입은 채 국민 앞에 서게 한 것은 무례한 행위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백령도 현장을 찾아 "최전방 위험지역에서 국가를 위해 전투하다 희생된 병사와 같이 인정하고 대우해야 한다"며 실종 장병들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지시했다. 부상 장병 역시 국가를 위해 전투하다 입은 상처를 안고 돌아온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군이다. 최전방 영토를 사수한 그들이 위엄을 갖추고 당당한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서게 했어야 군에 대한 불신도, 국민의 불안도 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애초에 생중계라는 형식의 기자회견 자체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장병들의 상태를 감안해 좀 더 편안한 환경을 배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한두 국군수도병원장은 "일부 환자는 불안과 불면증, 죄책감, 악몽, 기억 문제 등 심리적인 압박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전개될 사고원인 분석과 선체 인양 결과에 따라 다양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심리적 안정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우리 장병들을 국회 진상조사특위 증인석에 세우겠다고 한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민주당 진상조사단과의 면담, 진상조사특위 증인 참석을 요청했다. 과거 국회의 행태를 보면 조국을 지킨 장병들에 대한 존중을 기대하기 어렵다. 원하는 답변을 얻기 위해서라면 전장에서 돌아온 장병들을 죄인 다루듯 몰아세울 가능성도 있다.
기자회견 이후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환자답게 보이려고 위장하는 것은 군인이 아니다"며 비난을 가했으며, 이 원내대표는 "어딘가 짜맞춘 듯한 기자회견"이라면서 "기자회견만으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고, 정확한 사고원인규명에 별 도움이 안된다"며 공격했다.
민생법안 하나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야당이 진상조사를 하고, 원인규명을 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은 설득력이 없다. 대정부 질문을 통해 나타난 의원들의 수준은 황당한 논리와 일관성없는 질문, 사실확인조차 안된 공세가 대부분이었다.
민군합동조사단이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유엔을 통한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과 함께 국제적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할 것이다. 우리 장병들의 상처를 다시 한 번 건드려서라도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얄팍한 계산은 안된다. 더이상 우리 군을 농락하고, 장병들을 모욕해선 안된다. 그들은 죄인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