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낮 세태 비위나 맞추려는 눈치꾼들만 보다가 정신이 상쾌해졌다. 밤낮 불분명하게 말을 흐리는 기회주의 정상배들만 보다가 속이 후련해졌다. 밤낮 얕은 계산이나 하며 대경대도(大徑大道)를 피해가려고 통빡이나 살살 굴리는 꾀쟁이들만 보다가 눈이 번쩍 떠졌다. 바로 김태영 국방장관의 명쾌하고 당당한 국회답변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의 답변 구석구석이 완벽했다고 말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시종 투철했다. 침착하고 차분하고 눈치를 살피지 않았고 말을 만들어 하지도 않았다. 당황하지도 회피하지도 시선을 내리깔지도 주저하지도 않았다. 그냥 본대로 아는대로 들은대로 느낀대로 상식대로 분명하게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경복궁 승지(承旨)들이 쪽지를 보낼 만도 했다. “쯪쯪, 병조판서가 주상전하보다 더 똑똑하게 구니...”

     김장관, 정권은 5년 중에서도 3년 마이너스 1년=2년 정도 남았소이다. 아니, 레임덕이 더 앞당겨질지도 모를 일이외다. 까짓것 소신대로 하세요. 대장부 어차피 한 번 사는 것 아니겠소? 소인배들하곤 좀 다르게 삽시다, 우리. 사나이, 전사(戰士), 장수(將帥)는 순간의 사생결단을 통해 영원히 살려는 사람입니다. 그런 인간상이 씨가 말라가는 요즘 세상, 고(故) 한주호 준위를 휘하에 거느린 김 장관의 무운장구를 빌겠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