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천안함’ 조사를 당부한 것은 논리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과수(國科搜) 소장이 아니다.
    대통령은 휴전선에서 새떼가 갑자기 날아도 그것을 안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 국군 최고 사령관이다. 국과수가 새떼의 갑작스러운 소란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과는 별도로 대통령은 “이 현상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예의 주시한다.”는 으름장을 놓아야 하는 자리다. 

     천안함 폭발 침몰 사태와 관련해서 우리는 이명박 대통 주변에서 그런 비상한 위기의식이나 안보적 긴장감 같은 것을 전혀 읽을 수 없다. 이게 보통 상황인가?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남자들은 오히려 국방장관의 안보적 관점을 못 마땅해 하며 그의 국회 답변 중 “그러지 말라”는 메모를 전달했다. 이게 한 나라의 대통령부(府)가 할 짓인가?

    어느 나라에서건 국방장관은 외무장관과 달리 강경한 안보적 발언을 하는 법이다. 그런데 국방장관의 그런 제몫 하기에 대해 뭐 메모 전달? 이런 시러배 아들들 봤나?

     대통령은 “국가안보적 중대상황”임을 선언하고, 국방장관은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겠다‘고 말하고 외무장관은 “객관적 과학적 국제공조 조사”를 말하는 게 한 나라의 나라다움이다.

    이명박 정부에는 도무지 이런 게 없다.
    회장 님이 “상대방 자극했다가 수주(受注) 계약 깨질라”하고 우려하면 비서실이 회장 님 방침을 일제히 각부서에 하달하는 식밖에 없으니, 이게 나라인가?
    국가를 회장 님 회사 수준으로 격하 시킨 꼴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의지(意志)적 철학적 가치의 담지자다.
    돈 놓고 돈 먹기의 장사치가 아니다.
    명예의식을 잃은 국가는 국가가 아니라 양아치 집단이다.
    의지와 가치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명예의식조차 갖추지 못한 최저 수준의 거버닝(governing)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정치 노선상으로는 절대로 찬성할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노무현은 그래도 자기 나름의 가치관은 있었다. 그 추종자들이 지금쯤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진영을 속으로 얼마나 경멸하고 있을까?
    “너희들 기껏 그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