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절단면이 C자형인 것은 “직접적인 공격을 받았다는 것” “기뢰, 어뢰 중 어뢰일 가능성이 실질적”이라고 말한 데 대해 청와대가 또 “예단 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국내적으로만 보지 말고 국제적으로 보라“ ”북한과 국제사회가 주시하니,,,“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무언가 이번 사태로 인해 자칫 쪽박이 깨질세라, 되게 신경 쓰고 두려워 하는 것이 있는 것 같은 인상이다. 참 이상하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조사해 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서 정황적으로 본 교과서적 일반론을 말한 것 뿐이다. 예단은 오히려 청와대가 했다. “북한의 연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한 사태 첫날 아침 언론 플레이가 바로 그것이다. 조사의 조자(字)도 나오지 않은 첫날 도대체 무슨 증거 있길래 청와대 ‘당국자’가 그런 예단을 언론에 흘렸는가? 
     그래 놓고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자신이 아는대로 답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있었던 국방장관의 답변만 시비한다니, 그렇다면 “북한의 연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한 ‘당국자’의 예단도 시비해야 할 것 아닌가? 청와대 식이라면 김태영 장관은 이렇게 답했어야 했는가? “C자 형 절단면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군장성 출신 국방장관이 그것도 모르는가?” “군인이 그런 것을 어떻게 압니까요? 헤헤헤”
     “북한과 국제사회가 주시하니,,,” “국내적 아닌 국제적으로 봐야,,,운운 한 이명박 대통령의 언어 선택과 표현 방식도 곱씹을 수록 영 이상하다. 왜 그렇게밖엔 말할 줄 모를까? ”현재로선 최종 판단을 할 수 없으나, 외부적 내부적으로 있을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서 신속히 진상을 규명하겠다. 외부 공격에 의한 것일 경우엔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취해야 할 당연한 자위권을 행사하겠다” 이러면 안 되나? 

     대한민국을 적대하는 측은 이번 기회에 아주 귀중한 실험적 결론을 얻은 셈이다. 물증을 남기지 않는 비밀 작전으로 치고 들어가면 대한민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서도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대책 없는 나라라는 실상을 그들은 적나라하게 알아차렸을 터이니 말이다.

     국민 역시 이번 기회에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대통령 뽑을 때는 한준호 준위의 100분의 1 만큼의 장수(將帥) 자질이라도 있는 사람을 뽑아야겠다는 후회를 해야 한다. 후회할 줄 모르는 국민은 발전할 자격이 없다. 하긴 그땐, 달리 대안도 없었지만 말이다. 

     이번 집권 세력은 철학을 싫어하거나 모르는 것을 자랑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철학이란 결코 어렵고 비(非)실용적인 추상이 아니다. 철학이란 예컨대 국난을 국난으로 알아 볼 줄 아는 투철한 식견, 그리고 국난에 임했을 때 그것을 ‘국난’이라고 말하면 일이 너무 커질까 보아 두려워하지 않는 결연한 전사(戰士)적 리더십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한 식견과 리더십은 올곧음, 원칙, 진지함에서 나오고, 그런 것들은 또한 토탈(total) 비전, 결국 전인적(全人的) 교양에서 나온다. 이순신 장군은 한 마디로 높은 교양이 만든 장수였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과 싸워야 하기 이전에 우리는 어쩌면 현(現) 집권세력의 얄팍한 경제 환원주의(economic reductionism), 안보 원칙주의보다 우선시 되는 정권적 고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만들어 낸 ‘교양의 빈곤’하고 먼저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