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해군 특수전여단(UDT)의 ‘전설’ 고(故) 한주호(53) 준위의 영결식이 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유가족과 1000여명이 흐느끼는 가운데 엄수됐다.

  • ▲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이 3일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엄수됐다. ⓒ 연합뉴스
    ▲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이 3일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엄수됐다. ⓒ 연합뉴스

    해군장으로 치러진 이날 영결식에는 고 한 준위의 부인 김말순(56) 씨, 아들 한상기(25) 중위, 딸 슬기(22) 씨 등 유가족들과 김태영 국방부장관, 김성찬 해군 참모총장 등 정부 및 군 관련 주요 인사들, UDT 현역 장병들이 참석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이날 영결식을 찾았다.
    정 총리는 해군본부 김광훈 중령의 안내에 따라 개식사와 고인에 대한 경례가 끝나자 고인의 영정 앞에 충무 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장례위원장은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대한민국 UDT의 살아있는 전설, 우리들의 영원한 영웅 고 한주호 준위, 오늘 그가 조국의 깊고 푸른 바다를 가슴에 품고 우리 곁을 떠나려 한다”며 “당신이 보여준 살신성인의 숭고한 그 뜻은 이 나라 모든 국민이 자자손손 누릴 안녕과 번영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조사를 했다.
    고 한 준위의 후배인 UDT 김창길 준위는 “선배님. 지옥에서 살아오라고 저희에게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빨리 일어나십시오”라고 되뇌여 참가자들 모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헌화가 시작되자 아들 상기씨, 부인 김말순씨 , 딸 슬기씨, 형. 동생 등 유족에 이어 장의위원장인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전두환 전 대통령, 정운찬 총리, 김태영 국방부장관, 안상수.이강래.이회창 여야정당 대표, 김학송 국회국방위원장, 국방위 의원 5명, 유인촌.임태희 장관,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등이 차례로 헌화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시신이 운구되며 식장을 빠져나려는 순간 UDT대원들이 운구행렬을 멈추게 했다.  이들은 "고인이 생전 즐겨 불렀던 군가를 합창하겠습니다"고 말한 뒤 식장이 떠나가도록 '사나이 UDT가'를 부르며 울음을 토해내 식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시신이 식장을 빠져나와 운구차에 실리자 유족들은 가지말라며 관을 끌어잡고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아내와 막내 여동생 미순씨는 "아이고..언제봐요. 가지마요"라며 관을 쓰다듬고 놓지 않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동료 군인들은 운구 행렬이 지나가는 길옆에 도열해 영정이 지나갈 때마다 조의를 표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영결식장 옆 병동 7-8개 병실에 분산 입원 중인 정종욱 상사 등 천안함 부상자 50여명은 TV 생중계를 지켜보며 자신들의 동료를 구하려다 운명을 달리한 한 준위의 고귀한 군인정신을 기렸다.
    고 한 준위의 유해는 화장을 위해 성남 화장장으로 옮겨진 뒤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1시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개설된 추모 서명란에는 5천309명이 헌화했으며 티스토리 등에 차려진 인터넷 분향소에도 네티즌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네티즌 'bluepaper'는 "전우들을 구하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희생정신을 보여준 당신은 진정한 참군인이셨다"고, '실비단안개'는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실종 장병의 무사귀환을 기원한다"고 했다.
    'sean'은 "영웅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셨다. 한 준위를 본받아 우리나라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겠다"고 다짐했고 'harry'는 "대한민국이 당신에게 빚을 졌다. 이 나라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추모했다.
    '송하나'는 "가족의 가슴에 눈물이 맺힌 것이 참 슬프다. 떠나는 걸음이 가볍지 않으셨겠다"라며 "마지막까지 실종자 수색 걱정과 가족 염려를 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하니 더 안타깝다"고 적었다.
    이날 영결식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후배와 현역 군인, 예비역의 발길도 잇따랐다.
    '진항재'는 "한주호 준위님, 나의 사부님. 당신의 용기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후배들도 당신의 용기를 이어받아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UDT가 되겠습니다"고 약속했다.
    현역 부사관이라는 'whitethc'은 "제 군 생활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한주호 준위님의 이름 세 글자 평생 기억하겠습니다"라고, '해군부사관141기 박철민'은 "조국의 바다를 35년간 지킨 귀한 선배님 고이 잠드시옵소서"라고 적었다.
    해병대 415기라는 서울교대 박명기 교수는 "진정한 군인의 표상을 보여준 한 준위의 거룩한 희생은 군 복무 기피 등 이기심만 추구하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조국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고 했다.
    서울역과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대기실 등에서도 열차, 버스 등을 기다리던 시민들이 TV를 통해 한 준위의 영결식을 애통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연합뉴스=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