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호 푹발 침몰과 관련해서 당국자들은 약간 모순된 발언들을 하고 있다. “섣부르게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하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낮다”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예단하지 말아야...”는 물론 신중한 과학적 자세지만,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낮다”는 말은 그와 반대되는 ‘예단’ 아니고 무엇인가? 원인규명이 되지 않은 지금의 상태에서. 

     3월 28일 월요일의 KBS 아침 방송에 출연한 두 전문가들은 선체가 두 동강 났다는 것은 곧 외부의 어뢰 충격에 의한 것이라는 것 이외의 추정을 하기 어렵다는 투로 말했다. 한 사람은 연평해전 당시의 해군 작전 사령관, 또 한 사람은 해난 구조 전문가였다. 두 전문가가 그렇게 말하자 사회를 보던 KBS 측 출연자는 “그건 외부 공격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좀 조심스럽습니만...”하며 얼버무렸다. 

     

     지금으로서는 “선체를 인양해 구멍이 난 모양새를 보야 외부 충격인지 내부 폭발인지 알 수 있다”는 정도로 이야기가 잠정적으로 모아지고 있다. 다만 생존자 한 사람이 “내부 폭발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 역시 증명돼야 할 가설이지만.  

     

     어떻든 기막힌 일이다. 해군 초계정이 1초 사이에 두 동강 나서 2분 사이에 선미(船尾)가 이미 가라앉아 있었다니, 그러고서도 정확한 원인규명이 되기까지는 얼마가 걸릴지 모를 정도라니, 이게 우리 안보가 처한 속절없는 실상(實相)인가?  

     

     어떤 외국인 북한 전문가는 오늘의 북한을 ‘가미카제(神風) 특공대 집단’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이 10년 내에 붕괴할 수도 있는 시기의 초기단계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 만하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가미카제 특공대는 생생한 증거를 남겼다. 이에 비한다면 천안호에 대한 김정일의 가미카제 특공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게 우리 당국자와 언론들의 ‘예단’이다. 낮아 보이는 증거와, 높아 보이는 증거, 그 어느 것도 전혀 확보하지 못했는데도...  

     

     군함의 순식간의 폭발과 침몰-원인은 귀신도 모른다? 아니, 귀신이 한 짓이다? 그러니까 자연재해 같은 것이다? 지금으로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