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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에, 월남 이상재의 짧은 전기를 하나 써보라는 권면이 있어 이런저런 자료를 수집하는 가운데, 당시 서대문 홍제동에 사시던 그 어른의 손자 이홍직 씨를 댁으로 찾아가 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손자 되시는 분은 옛날에 배재학당을 마치고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분이었는데, 해방 뒤에는 한전 사장을 지내기도 하였습니다.
자리를 뜨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선생님 생각에, 할아버님 되시는 월남 선생의 삶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색은 무엇이었습니까?” 가까이 모셨던 할아버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손자 이홍직 씨에게 꼭 묻고 싶은 질문이었습니다. 그 손자는 주저 없이 이런 대답을 하였습니다. “할아버님은 매사에 자연스러운 분이셨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무릎을 탁 치면서, “그렇지요, 그렇지요!”라고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위대한 인물의 위대함의 본질은 ‘자연스러움’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대답이었습니다.
요새 대한민국에서 내놓으라고 뻐기는 사람들, 말과 행동이 부자연스러워 꼴볼견입니다. 목에 힘은 왜 주고 으스댑니까. 뭐가 그리 잘났다고. 툭하면 장외투쟁, 탁하면 극한투쟁, 다수결의 원칙도 못 받아들인다면서 왜 국회에 남아서 세비만 받아 자셔요? 의원직 사표를 내고 물러난다던 때는 언제고 어물쩍 돌아와 꼭 같은 싸움질만 되풀이하는 한심한 인간들, 뭐 나라의 큰일을 하는 큰 인물들이라고? 졸자 중의 졸자이면서! 주제도 파악 못하고 잘난 척하지들 말아요. 머지않아 국민이 심판할 겁니다. 아주 무섭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