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노표 헐리웃 액션'이 마침내 심판진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과장된 '헐리웃 액션'으로 김동성에게서 금메달을 빼앗았던 미국의 안톤 오노(28)가 이번엔 반대로 자신의 '실격'으로 성시백에게 은메달을 내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 ▲ 27일 오전(한국시간)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500m 결승이 열린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한국의 성시백이 결승선을 앞에두고 넘어지고 있다. 오노의 실격으로 은메달.  ⓒ 연합뉴스
    ▲ 27일 오전(한국시간)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500m 결승이 열린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한국의 성시백이 결승선을 앞에두고 넘어지고 있다. 오노의 실격으로 은메달.  ⓒ 연합뉴스

    오노는 27일(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결승에서 1위를 달리던 한국의 성시백이 빙판에 미끄러지며 균형을 잃는 사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은메달을 따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예리한 심판진의 눈길을 피하지 못했다.

    4위에서 3위를 추격할 당시 캐나다의 프랑스와 트램블리를 오른손으로 밀었다는 반칙이 선언돼 결국 '실격 판정'으로 은메달을 박탈당하게 된 것.

    이에 따라 빙판에 미끄러지며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던 성시백은 은메달을 목에 걸며 아쉬움을 달랬다.

    ◇'반칙왕' 오노, 이번엔 은메달 도우미? = 오노는 지난 14일 열린 1500m 결승 경기에서 성시백과 이호석이 미끄러진 덕에 은메달을 챙긴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선 다잡은 은메달을 자신의 반칙으로 고스란히 한국에 내주는 도우미(?) 역할을 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도 '반칙왕' 오노는 자신의 명성을 재확인하려는 듯 거친 몸싸움과 입담으로 한국 선수들을 괴롭혔다. 지난 1500m 경기 직후엔 미국 언론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부지리'로 은메달을 주워갔음에도 불구, "한국 선수의 저지로 금메달을 놓쳤다"는 망언을 해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오노는 "한국 선수를 인코스로 추월하려고 했는데 그 중 한 명이 왼손으로 막아 속도가 줄었다. 나는 한번도 한국 선수의 팔이나 다리를 잡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행동들이 없었으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뻔뻔한 대답을 늘어놨다. 또 "이같은 행위는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적반하장'격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 ▲ 경기 직후 목을 긋는 시늉을 하고 있는 오노  ⓒ SBS 방송 캡처 
    ▲ 경기 직후 목을 긋는 시늉을 하고 있는 오노  ⓒ SBS 방송 캡처 

    ◇"한국 선수 넘어졌으면 했는데" 망언 = 그러나 현지에서 촬영한 SBS의 경기 영상을 살펴본 결과 정작 반칙을 한 당사자는 이정수가 아닌 오노로 밝혀졌다. 경기 중 오노가 자꾸만 이정수를 오른손으로 밀치거나 붙잡는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에 노출된 것.

    이처럼 오노의 '거짓 발언'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백일하에 드러나자 오노를 비난하는 여론은 과거 '김동성 실격사건'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더욱이 이날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코치진을 바라보며 손으로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한 것과, 경기를 마친 뒤 미국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앞 선수들(이호석·성시백)에게서 실격이 나왔으면 했는데 그게 현실로 이뤄졌다"는 망언을 한 사실이 국내 언론에 의해 뒤늦게 밝혀져 오노를 향한 질타와 비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파문이 커지자 오노의 코치진은 "오노 자신도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모른다며 반성하고 있다"는 사과의 발언을 했다.

    ◇오노, '부정 출발' 의혹까지 = 이외에도 지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때에도 '부정 출발' 의혹에 휩싸였던 오노는 당시 경기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먼저 뛰어나가지 않았고 정확한 시간에 출발했다"고 자신에게 향한 '반칙 논란'을 잠재운 뒤 "내 선수 생활을 통틀어 이렇게 완벽한 레이스를 벌인 적은 없었고 한국의 안현수는 이번 대회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레이스를 펼쳤다"는 립서비스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