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이 때리고 지나간 아이티의 참상 - 전 세계가 차마 눈뜨고 볼 수없는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거듭 생각해보게 됩니다. 무너져 앉은 집들, 10만에 육박하는 시체들, 100만 가까운 이재민, 진료텐트마다 차고 넘치는 부상자들, 환자들 - 마실 것과 먹을 것을 찾아 필사적으로 뛰는 주민들 - 생존 자체가 절망적일 때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맹수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시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호모 사피엔스의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1주일 가까이 무너진 건물에 갇혀 있다가 겨우 구출된 한 노파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 마디가 “하나님, 감사합니다”였습니다. 원망이나 저주가 아니라 감사였습니다. 성당은 무너지고 대주교는 깔려 죽었다지만 신도들은 모여서 눈물로 기도하며 눈물속에 찬송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사람이란 이해 못할 신기한 존재라는 생각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여러 해 이 섬에서 고아원을 경영하는 한국인 여자 선교사 한 분은 살아남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한국말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편안하게만 살아온 여러 나라의 군인들, 의사들, 자원봉사자들이, 마스크 없이는 시체들의 악취로 숨을 쉬기도 어려운 그 상황에서 땀 흘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눈물겨웠습니다.
아이티의 재난이 마치 우리 옆집에서 벌어진 것처럼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전 세계에서 수십억, 수백억 달러의 구호금이 이 불행한 섬나라의 백성들을 위해 쏟아집니다. 8만명의 고아들을 입양하겠다는 선의의 가정이 8만은 될 것 같습니다. 아이티가 다시금 카리브해의 꽃동산으로 가꾸어지는 날이 올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