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전 노동당 비서)이 지하 깊숙이 은폐된 평양 땅굴의 존재를 언급한 것과 관련, 이 땅굴의 실존여부를 뒷받침하는 증언이 추가로 나왔다.
    자유북한방송은 인민무력부 산하이자 최고사령부 직속인 통신부대에서 비화(보안을 위해 전송신호를 변신해 송수신하는 통신)교환수 장교로 근무하다 전역 후 탈북, 제3국에 체류 중인 김용화(가명)씨와의 인터뷰에서 “평양 지하땅굴은 존재한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21일 전했다.

    김씨가 근무한 통신부대는 13개 동으로 이루어진 인민무력부 청사와 지하땅굴 등에서 인민무력부 안팎을 오가는 모든 통신을 유선으로 연결하는 기밀 업무를 담당한다.
    김 씨는 “신병훈련을 받고 평양에 갔을 때 송신구역에 배치되었는데 그 곳에 옛날 전쟁용으로 판 지하갱도가 있었다”며 “1년 반 동안 근무를 나갈 때마다 굴(땅굴)로 갔는데 평양 지하철보다 더 깊이 내려갔다”고 증언했다.
    평양 지하땅굴은 서로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그 안에 인민무력부 핵심 부서들이 위치해 있는가 하면 주요 군수품공장들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그 안에는 정찰국, 작전국, 간부국 등 부서와 관련문건이 모두 있다”며 “갱도는 평양 북쪽 룡성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군수품 공장들과 모두 다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땅굴은 과거 북한군 1군단 등이 건설했으며, 공습에 견딜 정도로 견고하게 설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의 증언은 황장엽 위원장의 증언과 일치한다. 황 위원장은 “약 40km 직선거리로 평양에서 자모산(山)까지 땅굴이 뚫렸다”고 밝혔다. 룡성구역은 평양과 자모산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김정일의 저택이 소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상에서 땅굴까지 내려가기 위해서는 도보로 약 30분 가량 경사진 통로를 걸어야 하며, 벽에 물(지하수)이 흐르는 탓에 항시 습기가 차 있고 땅굴의 내부구조는 매우 복잡한 것으로 김씨는 전했다.
    김 씨는 또 “승강기 등으로 내려가는 지하철과 달리 그 곳은 전기사정 때문에 사선(비스듬한 경사) 형태의 길로 내려가는데 쪽문을 설치해서 넘어져도 굴러 떨어지지 않게 해 놨다”며 “다 내려가는 시간은 약 30분”이라고 설명했다.

    황장엽 위원장은 지난해 자유북한방송과의 대담에서 북한이 6.25전쟁 이후 지하철과 별개로 평양에 땅굴을 파기 시작했으며, 이 땅굴이 지하철보다 한참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평안남도 순천, 영원, 남포 등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 중 남포는 김정일의 중국 도주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