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와 평등 사이에서 늘 고민하게 마련입니다. 자유를 강조하다 보면 평등이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게 되고, 붉은 깃발을 들고 평등을 외치다 보면 자유가 짓밟혀 숨도 못 쉬는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유와 평등이 골고루 갖추어진 균형 있고 활기찬 사회를 꿈꾸는 것이 지성인의 본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장 경제가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통제경제보다는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현대사의 한 때를 살면서 우리는 소련과 동구권이 함께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하고 역시 자유가 평등보다 더 소중한 가치임을 확인하였습니다.

    될 수 있는 대로 편견이나 고집을 버리고 역사와 현실 앞에 겸허한 자세로 서 봅시다. 중국이 만일 모택동이 내세웠던 ‘자유주의 배격 열 가지 교훈’을 사수하여 홍위병들의 ‘문화혁명’이나 되풀이하며, ‘자유’라는 가치를 계속 밟고 앉아 있었다면, 중국의 오늘의 번영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었겠습니까.

    교만한 부자 꼴도 보기 싫고, 난동을 일삼는 가난뱅이 꼴도 못마땅합니다. 자본주의에도 어떤 고상한 정신이 있고 사회주의에도 사려 깊은 겸양의 정신이 있어야 사람 사는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은 여전히 ‘자유’와 ‘평등’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프랑스 대혁명의 천재들처럼, 박애니 우애니 형제애니 하는 가치를 생각하면서 살아갑니다.